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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수사로 갈수밖에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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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7 |
| 편파수사로 갈수밖에 없나 돈준쪽 태도, 여·야따라 달라 … 몇 배 강도로 與 수사해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정치권에선 수사의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 진영의 대선자금은 그 천문학적 규모와 ‘차떼기’ 등의 ‘범죄적’ 수법이 드러나면서 국민을 경악케 한 반면, 노무현 대통령 캠프측은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으로부터 받은 소액과 안희정씨의 자금만 드러나는 등 대비가 뚜렷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한나라당이 “검찰이 한나라당쪽 대선자금만 집중 수사하고, 노 캠프쪽은 거의 수사를 않는다”며 편파·불공정 수사라는 주장을 제기하자, 노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대선 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그만둘 수도 있다며 반박했다. 이 발언은 “검찰수사에 대한 가이드 라인 아니냐”는 또 다른 쟁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대기업들이 한나라당에 수백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면 비록 그보다 적은 액수일지라도 거액의 자금을 노 후보 쪽에도 건넸을 것이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선거전의 잘못된 판단(?)을 만회하기 위해서 추가로 당선 축하금을 노 캠프 쪽에 전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 검찰은 “여야 모두에 대해 불편부당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분위기다. 대선자금 수사는 사안의 성격상 검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지극히 편파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대선자금 혹은 당선축하금은 주는 쪽이나 받은 쪽이나 사후에 계좌추적 등에 대비, 현금 또는 무기명 채권 등으로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결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통상 주는 쪽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이 여야에 대해 같은 강도로 수사하더라도 공여자측의 태도 여하에 따라 결과는 극히 대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해타산이 생존의 명제인 기업의 속성상 향후 임기가 4년이나 남은 노 대통령측에 제공한 대선자금을 검찰에 진술할 개연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의 수사 의지, 또는 그 강도와는 무관하게 소위 ‘살아있는 권력’인 노 캠프측에 대한 수사결과와 ‘죽은 권력’인 한나라당 또는 이 후보측에 대한 그것과는 필연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게 된다. 검찰이 대선자금의 편파수사 시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도식적인 ‘불편부당한 수사’를 하여서는 안 된다. 야당에 대한 수사 강도에 비해 누가 보더라도 몇 배의 높은 강도로 여권과 노무현 캠프에 대한 ‘편파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하며, 그래야만 수사결과가 공평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결과에 있어서도 모든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성과를 내놓아야만 ‘편파 시비’에서 완전하게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더라도 기업측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하여 재앙을 자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여야 간 편파적인 결과가 나올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본원적인 한계를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은 물론,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박준선 (변호사·전 법무부 검사) 출처 - 조선일보 2003. 12. 17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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