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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6자 회담, 그 해법은
2003-12-12
꼬이는 6자 회담, 그 해법은 지난 10월20일 방콕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핵 포기, 다자간 안전 보장' 이란 새로운 구도를 제시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6자 회담 재개에 돌파구를 마련한 바 있었다. 그러나 6자 회담이 다시 꼬이고 있다. 연내 회담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사태의 발단은 평양 측에 있다. 지난 주 한·미·일 3국 대표들은 워싱턴에서 예비접촉을 갖고 6자 회담 재개시 채택할 공동선언문의 문안을 초안, 이를 12월 8일 중국을 경유해 북한 측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 다음날 이 공동문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6자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첫 단계 행동조치라는 것을 제시했다. 북한이 핵 동결을 하는 대가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주변국들은 중유와 전력 등 에너지 지원에 대한 대응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6자 회담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이러한 첫 단계 조치가 합의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단호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목표는 핵 동결이 아니라 북한 핵의 검증 가능한 해체에 있다고 주장하며 북한 측 제안을 일축했다. 미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도 핵 동결이든 핵 폐기든 이를 전제로 한 경제 지원이나 보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북측 제안의 수용 불가를 분명히 밝혔다.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해야만 안전 보장 문제를 포함한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언이 화근이 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지상과제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6자 회담에 참여하는 5개국 모두가 북핵의 동결뿐만 아니라 사찰과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동결만을 주장하고 나선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그 뿐만 아니라 '북핵 포기, 다자간 안전 보장'이라는 총론에 대한 합의도 어려운 판에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제재와 봉쇄 철회, 그리고 에너지 지원 등 각론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미국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북한 핵의 검증 가능한 해체라는 목표에 이론을 제기할 국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결과 사찰이란 수순을 밟지 않고 해체로 직접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라크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북한에 검증 가능한 해체를 전제 조건처럼 제시할 경우,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은 총론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각론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아직도 기(氣) 싸움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자 회담을 재개코자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협상 장소에서 총론과 각론을 가지고 격렬하게 토의하면 될 것이지 협상도 하기 전에 장외에서 소모적인 설전으로 판을 깨서는 안될 것이다. 협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있는 법이다.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일방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협상의 결렬을 상대방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서로간에 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사실 북핵 문제는 관련 당사국들이 마음을 비우고 협상을 해도 타결을 보기 어려운 사안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 동결을 한다 해도 검증 가능한 사찰을 하고 불가역적 해체를 하는 데는 엄청난 정치적 기술적 난관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대승적 차원에서 소모적 기 싸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총론이든 각론이든 모두 협상 테이블에서 허심탄회하게 토의돼야 할 것이다. 6자 회담을 재개도 해보지 않고 북핵 문제로 파국을 맞게 된다면 북한이나 미국 모두 국제사회의 냉혹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文正仁 (연세대 정치학 교수) 출처 - 한국경제 2003. 12. 1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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