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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미적거리는 정치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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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1 |
| 정치개혁 미적거리는 정치권 방탄국회란 오명이나 받고 … 불법 선거자금만이라도 없애야 특검법 통과로 대통령 측근에 대한 비리혐의는 특검에서 전담하고 불법 대선자금은 검찰이 담당하는 식으로 수사 주체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어느 편에도 불리하지 않은 균형 잡힌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고, 이를 계기로 혼탁한 선거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한 실정이다. 그리고 차제에 정치권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야 3당은 10일부터 30일간의 회기로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 특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조인과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임시국회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부정과 비리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기 바쁠 뿐만 아니라, 어느 당도 불미스러운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정치개혁에 앞장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열흘씩이나 국회를 공전시켜 놓고도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권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자금 문제로 검찰에 소환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제도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정치보복이나 정치탄압이라는 변명으로 묵살해왔다. 그런 데다가 이 순간에도 국회는 불법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기왕에 국회를 소집했으면, 정치자금 문제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치권이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스스로 고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출발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선거법과 정당법의 개정안 마련에 나섬으로써 정치권의 위상은 더욱 추락하고 말았다. 이는 정치권에서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가 정치개혁을 주도함으로써 정당정치가 실종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혁논의에 있어 정당의 주도권 상실은 여론을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매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이로 인한 정당정치의 위축과 실종은 국민에 책임을 지는 정당과 정부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선동의 정치가 판을 치는 혼란상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둘째로, 정당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체나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비정치권에서 마련한 정치개혁안이라고 해서 문제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기에 정치권의 분발이 더욱 요청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제의 대폭 확대와 같이 유권자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내용이 개혁의 범주에 들어 있는데, 지역구 후보 몇 명에 대한 평가도 어려운 판에 100명씩이나 되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불법 정치자금 문제만이라도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방탄국회라고 할망정, 정치개혁이라는 할 일은 했다는 평가만은 역사적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연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2. 11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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