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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으로 가는 이공계 기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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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4 |
| 망국으로 가는 이공계 기피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다들 인식해서인지, 지난 20일 여야 4당 전·현직 정책위 의장들을 비롯한 산·학·연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공계 살리기: 대책과 전망’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토의에서는 이공계를 우대하겠다는 여러 가지 장밋빛 정책안이 쏟아져 나왔다. 이공계의 공직 진출 확대, 병역특례 확대, 장학금 확대 등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이공계 기피 대책을 포함해, 이날 심포지엄에서 나온 정책 방안들은 대부분 장기적 효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당장 나타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 8년째 머물러 있다. 고임금, 고비용,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과 같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들에 비추어 볼 때, 국민적 소망인 2만달러 시대 달성은 당분간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초우량 기업이 여러 개 더 생기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보면 수년 후에는 지금 있는 삼성전자마저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한마디로 이공계 기피현상은 거의 망국적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강남의 집값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되자 정부는 그동안 여러 가지 강도 높은 부동산 안정 정책을 쏟아냈고, 초강도의 10·29 부동산정책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심각성도 강남 집값 문제보다 못하지 않다. 아니 무한경쟁시대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훨씬 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망국적 부동산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강도 정책이 필요했던 것만큼, 망국적 이공계 기피현상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처방들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조직이나 국회비례대표 구성의 변화로 이공계 기피현상 문제를 개선하려면 좀더 구체적인 초강도의 정책, 즉 ‘다음 개각 때부터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부처의 고위직 구성원 중 이공계 출신이 30%를 차지하게 한다’와 같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바로 실시하면 어떤가. 또 당장 내년도 총선에서 각 정당은 전국구 국회의원의 50%를 이공계 전문가들로 구성하면 어떤가. 현 정부에서는 차세대 성장 엔진 사업을 기획하고 있고, 소위 5T(IT 정보기술, NT 나노기술, BT 바이오기술, ET 환경기술, CT 콘텐츠기술) 분야에 연구개발력을 집중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차제에 각 5T 분야에서 일정 수의 전문가를 국회의원으로 선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국회에서 차세대 성장엔진이나 국가경쟁력과 관련된 정책들이 좀더 활발하게 토의되고 심의되는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 기술직 공무원들이 일정 직급 이상 승진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인사제도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의 ‘기술직 따로, 행정직 따로’ 승진 제도의 벽을 당장 과감히 허물면 어떻겠는가. 물론 위와 같은 정책들은 초강도이므로 어느 정도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10년 뒤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없어서 2류 기술국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격요법일지라도 초강도 정책을 조속히 제시하고 적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빨리 개선되지 않으면 당장 2008년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중국에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확률이 아주 높다. 더 이상 머뭇거리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김형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1. 24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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