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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에 밀린 경제
2003-11-19
뒷전에 밀린 경제 우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여야는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국민투표 실시 발표에 이어 이번에는 대선자금 수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기에다 노동계까지 가세하여 기업과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사회적인 혼란 속에서 경제는 당연히 어려워지게 된다. 우리가 지난 외환위기 때 그랬듯이, 이러한 정치적 혼란기에 바로 경제위기가 닥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들은 모두 정치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는 뒷전이다. 부동산가격이 치솟았을 때도 당시 정치권의 관심은 언론개혁에만 있어서 부동산가격을 잡을 시기를 놓치고 뒷북만 쳤다. 이때문에 부동산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빈부격차가 심해졌으며,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지금 가을 취업철인데도 대부분 대학졸업생들은 취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어 이를 해결해 주어야 할 정치권의 관심은 딴 데 있어서 우리 국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이렇게 혼란스러우면 경제에도 곧 큰 위기가 닥칠 것 같은 데, 수출이 늘어나서 무역수지 흑자가 나는 것을 보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정말 튼튼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금은 비록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어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망된다. 먼저 문제는 수출기업의 수익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비록 우리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조사 결과 우리 기업의 수출에 따른 수익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즉 기업의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동안 비축해둔 체력으로 수출을 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이 정치적 혼란과 노사갈등이 계속되면 기업은 앞으로 수출을 늘리기 어려운 지경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환율 또한 문제이다. 지금은 우리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어도 이라크전 참전이나 미국의 경기회복 가능성 때문에 환율이 큰 폭으로 절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우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학계에서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 중상주의적 목적으로 국부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외환보유액 축적 대책으로 수입의 대폭 자유화와 환율조정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우리 수출은 다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 우리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미국의 연말 경기와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경기를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매년 연말이면 미국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특수로 매출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흔히들 미국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 세계와 미국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우리 수출이 계속 늘어날지는 내년 초에 미국경기와 우리 수출을 봐야 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경기회복세를 맞고 있는 지금 이러한 추세가 우리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환율이나 미국경기, 그리고 노사분쟁 등의 요인을 정책당국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대책을 시기에 맞게 세워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정치적 혼란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가 우리 경제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선 관련 수사는 하루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책당국, 그리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경제 살리기에 노력할 때 우리 경기는 세계 경기회복에 동승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1. 19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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