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보도자료

	이젠 검찰이 해내야 한다
	2003-11-03
	[자료집]초고령화 한국의 의료정책.pdf
	2022_0715_전체_이슈.jpg
이젠 검찰이 해내야 한다 검찰이 뜨고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이나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검찰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 앞으로 격려 편지가 쇄도하고 어느 시민은 햅쌀을 보내 힘을 북돋웠다고 하니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하튼 반가운 소식이다. 국민에게는 억압적이고 정치권력에는 종속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격려 편지를 받게 됐다는 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특검법안에 민주당과 자민련이 즉각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때문이다. 사실 국민으로서는 어느 한 군데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상황이다. 불쑥 재신임 카드를 내놓은 대통령으로부터 대선자금 의혹 공방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는 여야 정치인 면면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어김없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마는 정경 유착의 한 축인 기업인들에게도 손을 선뜻 내밀 수 없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이리라.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는 정치자금에 대한 공개와 제도개혁을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으나 반응이 신통찮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어서인지 어느 정치인이 어떠한 발언을 하든 별 관심도 없는 듯하다. 눈물로 사과하고 비통한 얼굴로 용서를 비는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국민들이 진정 알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짐짓 외면하면서 아직도 정치권은 기싸움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중층적이며 복합적이다. 국민들은 지금이야말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자금 수급의 투명성 확보, 더 나아가 정치 문화와 정치 제도를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한국 정치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그 중심에 검찰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잘 헤아려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우선 검찰은 이번 대선 자금과 관련한 국민의 의혹을 철저히 파헤침으로써 검찰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과거의 어둡고 음울한 검찰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밝고 자신 있는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검찰도 76년 록히드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일본 검찰은 제도적으로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었으나 실제 정치 관련 문제나, 특히 정경 유착에 관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지 못해 일본 국민들을 실망시켜 왔다. 그러나 록히드 스캔들과 관련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전격 구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함으로써 일본 검찰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검찰은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침으로써 스스로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모든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피력한 마당에 여야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특히,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단행해야 한다. 과거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가 기업으로 확대될 때면 어김없이 국가신인도와 어려운 경제 상황, 기업 환경 등을 거론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어 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사면을 미리 거론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검찰은 정경 유착에 의한 검은돈의 흐름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그 사용처를 낱낱이 밝혀 우리 정치의 어두움을 함께 반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뿌려진 검은돈이 있다면 국민들도 함께 반성할 각오를 해야 한다. 우선 성역 없이 수사하여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절실하다. 모든 것이 밝혀지면 모든 정당과 정치인이 빅뱅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협박,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더욱 어려워져 청년실업이 심각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에 넘어갈 국민이 아니다. 검찰을 믿고 싶다. 한 국가의 국정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검찰권이 필수적이다. 국정이 비틀거리고 국론이 분분한 상황에서 검찰권의 확립이 더욱 절실하다. 정치 권력을 비호하는 검찰에서 정치 권력의 폐부를 도려내는 검찰로, 국민에게 위압적인 검찰에서 국민을 협박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검찰로 변신하길 기대한다. 더 이상 정치권이 특검 운운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11. 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