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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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공개념은 투기대책이 아니다
	2003-10-21
	[자료집]주택세제의 정상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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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은 투기대책이 아니다 국토 관리 위한 기본 틀 … 집값 잡는 수단 되면 곤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국회 국정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필요하면 강력한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선언했다. 구체적인 설명도 없고, 관계부처와 협의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논쟁’이 시작되었다. 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인가? 토지의 공적(公的) 가치에 대한 선언적 개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는 신성한 사유재산이지만 일반상품과는 다르다. 우리의 국토는 단 하나이며 유한한 자산이며, 우리의 삶터이다. 개인의 사유권을 초월하는 공익적 자산인 것이다. 따라서 땅에 관한 한 개인의 재산권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핵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토지의 ‘재산권’과 상충되는 개념임에 틀림없다. 80년대 후반 우리는 극심한 부동산 투기를 경험하면서 토지공개념의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같은 개념을 정책화하기 위해 이른바 ‘3법(法)’이라 불리는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및 택지소유상한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처음부터 논란이 있는 제도였으며, 하나하나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는 헌법 불합치 또는 위헌 판정으로 폐기되었다.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경제가 침체되면서 계속 보류되었다가 내년에는 없어질 예정이다. 동시에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토지의 '재산권' 우위 주장에 밀려 토지공개념은 점점 퇴색하였다. 그렇다고 토지공개념이 없어진 것은 아니며, 없어져서도 안 된다. 토지소유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성한 권리다. 동시에 국가가 공익을 위하여 토지를 규제하는 것도 국가의 신성한 권리다. 우리 헌법에도 공공복리를 위해 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토환경’은 시장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토지이용 규제의 기본개념은 바로 토지공개념에서 출발한다. 땅의 재산권이란 정해진 용도지역의 제한 범위 내에서 존중되는 것이지 소유자의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산권을 최대로 존중하는 방향으로만 나간다면 이 땅은 난개발로 뒤덮일 것이다. 누가 도시계획을 존중하고 누가 토지에 관한 규제를 반가워할 것인가. 도시계획은 재산권의 제약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다시 ‘대통령의 말’로 돌아가보자. 지금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해 3법 또는 그런 류의 공개념 법을 되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주택공개념, 주택거래허가제 등의 방안은 토지공개념도 아니고 또 우리의 시장경제에 부합되지도 않는다. 보유세 인상과 개발이익 환수제는 이미 검토되어 시안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새삼스럽게 거론한 진의가 무엇인지 오리무중이다. 거듭 밝히지만 토지공개념은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투기를 잡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우리 국토를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하기 위한 소중한 기본 틀인 것이다. 이 기회에 토지공개념의 순기능을 올바른 방향으로 살려나갔으면 한다. 땅의 자의적 이용으로, 과도한 재산권의 남용으로, 국토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3법이 물러나고 그린벨트가 무너지면서 재산권에 관한 목소리만 키워왔으며 토지제도도 포퓰리즘에 흔들려왔다. 몇 년 후면 그린벨트가 심각하게 유린되고, 강남은 제멋대로의 재건축으로 난장판이 될 것이다. 땅이 좁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토지의 소유권이나 이용권에는 필요에 따라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토지뿐만 아니라 건축물에 대한 규제도 공공적 인식을 우선시하고 있다. 지금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국토관리를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건영 (전 국토연구원장 / 단국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0.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