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보도자료

	교육정책, 변칙은 안된다
	2003-10-18
	[자료집]언론탄압.pdf
	[크기변환]사본 -2021_09_29_발제사진1.jpg
교육정책, 변칙은 안된다 사교육비 문제가 심각하기는 한 모양이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이른바 거대야당의 대표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관심 속에 정부의 의뢰로 대책을 준비해온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공청회를 통하여 연말에 발표될 대책안의 윤곽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반응은 회의적이다. 사교육비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대통령도 인정하였듯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반년도 안 되는 기간에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려운 문제라면서 왜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묘책을 발견해 내려고 달려드는가. 교육정책이 조령모개라고 비판받고 있는데 계속 전철을 밟으면 되겠는가. 국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내놓으라고 야단하는데 서두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졸속대책으로 무마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무리라면, 사교육비 대책은 먼저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 앞서야 할 것이다. 사실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에 대한 우리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해결가능한 대형과제이다. 그런데 안될 일을 될 것처럼 시늉만 내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대책을 세우고 효과를 보는 데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을 먼저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시간만 벌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올바른 대책은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데에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의 담당팀이나 그들의 제안을 비판하는 사람들 모두 사교육비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그들은 경제적이고 일상적인 고충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교육은 어떤 모습이 되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수능이 과외를 부추긴다면 수능을 없애거나 변화시키면 되고, 평준화정책이 그러면 그 정책을 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과연 옳은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라 하더라도 당장 국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버려야 하는가. 단기적으로 보면 그래야 마땅할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눈앞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적이지 못한 정책을 들여온다면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은 더 근본적이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교육을 희생해서라도 현실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미래를 짧게 보는 데서 오는 ‘짧은’ 생각이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교육문제는 교육적인 방향에서 풀어야 한다. 오늘 불편하다고 교육정책에서 변칙을 취하면 우리는 내일 더욱 질낮은 삶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을 희생시키려는 것은 이른바 ‘돼지의 삶’을 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교육비 대책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급급한 대책이기 전에 사교육비 지출이 진정한 교육에 대한 투자일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어야 한다. 사교육비 액수 그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 사교육비가 낳는 교육적 결과를 문제시해야 한다. 참된 교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에 일관된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비전에 투자되는 사교육비가 설사 과다하더라도 교육적으로 헛되지 않게 된다면 족하다고 봄이 옳다. 이러한 비전 없이 구상되는 사교육비 대책은 아무리 묘안이어도 시행착오의 한 예에 불과할 것이다. 姜泰重 (중앙대 교육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0. 1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