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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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방 더 미룰 수 없다
	2003-10-09
	[자료집]북한인권문제의 실상과 쟁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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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방 더 미룰 수 없다 세계는 이미 하나로 움직여 가고 있다. 단지 정치적 이념으로 국가가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을 뿐 경제.사회.문화는 이미 하나로 통합돼 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후손들은 세계무대를 상대로 살아가야만 한다. 인적 자원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로서는 후손들이 세계를 향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화.국제화된, 즉 국제경쟁력을 갖춘 교육체계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 이제 교육도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교육 개방 여부 논쟁은 의미가 없다.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다가 왔으며, 개방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 못지않게 많은 비용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투자하고 있다. 공교육비를 제외한 사교육비가 연간 약 10조원이며, 초.중.고 조기유학비도 5조5천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교육비를 쓰고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는 것이 국내외의 반응이다.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교육 효과는 입시에만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고, 늘 옮겨다니는 학원 교육으로는 지속적이고 교육다운 교육이 불가능하므로 사교육비 대부분이 낭비인 셈이다. 또 조기 유학생 가운데 약 60%는 중도 귀국하고 있어 약 3조원이 사실상 버려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분별한 조기유학을 줄이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특구에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국제학교를 설립해 국내에서도 유학가는 것 못지않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교육개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국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때로는 뒤따라 오는 나라도 돌아보아야 한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외국의 교육자본이 중국과 합작해 중국에 학교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교육개방을 함으로써 나라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전국 곳곳에 교육특구에 해당하는 단지를 조성해 외국의 교육자본이 학교를 설립해 운영할 경우 과실송금까지 허용하고 있다. 다음은 태국의 경우를 보자. 방콕에는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국제학교가 40여개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영리 법인로 운영되고 있다. 학습 언어가 영어인 미국식 또는 영국식 학교가 대부분이며,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설치돼 있다. 설립자는 내.외국인 모두 가능하다. 영리지만 더 좋은, 더 많은 학생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대부분의 수익을 학교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들 국제학교 학생 대부분은 유학을 가며 실패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교육개방 정책은 어떤가. WTO에 제출한 교육양허안을 보면 국내에 학교를 설립할 외국의 교육자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방은 대학 이상 비영리며 과실송금도 되지 않는다. 또 수도권정비법에 의해 수도권에는 설립할 수도 없고, 대학 설립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무늬만 교육개방일 뿐이다. 다만 경제특구에서 세워지는 국제학교의 경우 외국의 사례와 유사하지만 벌써부터 교육부는 입학자격을 경제특구 거주자로 제한하려는 등 일부 여론을 의식한 규제를 가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개방은 실패 확률이 크다. 교육개방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근대사에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역사적 사실 중 하나는 정신대 할머니 문제다. 돌이켜 보면 그 할머니들은 본인의 잘못보다는 그 아버지나 할아버지들이 나라를 빼앗겨 고통을 당한 것이다. 바로 이 역사적 교훈은 오늘날 우리 교육에도 적용된다. 지금 우리의 후손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지 않으면 그들은 또 다시 세계무대에서 가슴아픈 일을 겪을 것이다. 김영호 (명지대 물리학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3. 10.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