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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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이념떠나 진실규명을
	200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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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념떠나 진실규명을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의 사법처리 문제는 이제 우리 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만큼이나 큰 현안으로 확대돼 버렸다. 애초에는 가벼운 파문 정도를 남길 것으로 생각됐던 이 문제가 이처럼 큰 비중을 갖게 된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동유럽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됐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공식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이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6·25전쟁의 기억과 북한에 대한 불신 및 이에 기초한 냉전시대의 논리가 아직도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다. 둘째, 정치권의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이 사건이 더욱 확대된 측면이 있다. 여소야대의 상황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복잡한 기류로 인하여 여야가 민감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 교수 사건이 양측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좋은 소재가 됐던 것이다. 셋째, 이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수들이 공개되면서 상황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을 둘러싼 국정원과 송 교수의 상반된 주장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송 교수가 처음 입국할 당시에는 그것이 한반도에서도 냉전이 종식됐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 그런 시각을 보여주었고, 정부 일각에서도 그런 측면에서 송 교수의 입국을 평가한 듯하다. 그로 인해 초기에는 송 교수의 과거 행적이 국내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사실 자체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자들과 비교해서 형평에 맞지 않다는 점을 어떻게 적절하게 피해갈 것인지가 문제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송 교수가 국정원의 소환 조사에 응하고, 그 과정에서 송 교수의 활동에 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정황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더구나 사실상의 준법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던 송 교수가 혐의의 일부를 부인했고, 그 뒤 정부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공소보류 또는 기소유예가 주류를 이루던 사법처리 수위에 대한 관측도 기소 또는 국외 추방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송 교수와 정부(특히 국정원), 나아가 이 문제에 집요함을 보이는 야당 모두에 대해 곱지 않다. 경계인을 자처하던 송 교수가 사실은 북한에 대한 편향성을 보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 그리고 왜 지금에 와서는 남한에 편향된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인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는 상태에서 송 교수의 주장을 무조건 믿기는 어려운 것이다. 또한 냉전시대의 선봉으로서 동베를린사건 등에 깊이 관계했던 국정원의 전력을 생각하면 국정원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민주화된 정부 아래에서 그런 일은 없으리라 믿으면서도,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 더불어 냉전시대의 논리를 그대로 전개하고 있는 야당에 대해 젊은 세대가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가장 현명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진실에 의지하는 것이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의혹의 여지 없이 밝혀서 모든 국민이 믿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이 사건이 온전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송 교수 사건은 송 교수 사건일 뿐, 그것이 한반도의 냉전 종식을 상징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의 사법 처리에 대한 찬반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도 없다. 송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의 원칙은 오히려 단순하다.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한 후 그에 따라 공정한 법 적용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송 교수가 독일 국적자라는 점, 또는 그 밖의 대외적 관계를 고려하여 예외의 인정이 부득이할 경우에는 기소유예든 사면이든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이를 위해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면서 국민을 기만하거나 오도하려고 할 경우에는 더 큰 파국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왜곡시켜서 전쟁을 일으켰던 경우처럼. 장영수 (고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10. 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