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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입국’ 정부책임 없나
	200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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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입국’ 정부책임 없나 유신 독재 철폐를 위한 민주화운동을 한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거기 그렇게 존재했던, 그렇지만 남과 북을 모두 사랑하면서도 버린, 마치 최인훈 소설 ‘광장’의 회색인간과도 같던 송두율 교수의 지금에서야 드러난 행적은 우리를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한다. 특히, 그러한 그를 초청하여 입국하게 한 정부가 생각하는 법치국가적 민주주의의 입장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독일인 송두율씨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수사 결과는, 그가 독일 국적을 취득하기 이전에 이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로동당에 가입했으며, 또한 지난 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 권력 서열23위의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음이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91년 5월 김일성을 면담한 이후 95년까지 15만달러 정도를 북한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마디로 “반국가단체의 구성, 금품수수, 잠입·탈출, 회합·통신”에 해당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송두율씨의 법적 처리 이전에 먼저 다음의 점이 해명되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의 보고 결과에 상당하는 사실들을 과연 정부는 송씨의 입국 전에는 모르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과 국가보안법은 한국의 법치국가에 있어서 아킬레스건(腱)과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기(國基)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달 24일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설사 김철수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 행사에 송씨를 초청하는 데 대해 자신이 찬성했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나 국회 정보위에 보고된 국정원의 수사 결과에 대해 법무부장관은 발언 당시에 이미 그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일주일의 수사 기간은, 이미 그 전에 확보된 주요한 사실 관계들에 대한 송씨와의 확인 절차에 소요되는 정도의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 당시까지도 한 나라의 법치주의와 공안 질서를 책임지는 법무부장관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에 대한 1차적 수사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그 기소의 권한을 지니는 검찰, 그리고 이를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는 법무부는 지금과 같은 우리 국민들의 송두율 쇼크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러한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이다. 사실 송두율씨가 스스로의 행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족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들어온 것은, 그가 독일 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서 독일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외에, 한국에서 그가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면 힘들었으리라 본다. 국정원이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으로 ‘기소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송 교수가 진지한 반성을 하고 대한민국의 포용정책에 호응한다면 공소보류의 검토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부가한 것은 그 한 예일 수 있다. 국가의 존립에는 국민과 영토가 필수적이지만, 그 이상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국가로 성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이며 그 정부를 표상하는 실체가 법제도이다. 법제도의 운용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국가는 법치주의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두율씨의 ‘입국’과 관련하여 정리된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게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지 않다.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송씨의 행적에 대한 사실들을 정부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의 국정원 수사를 거쳐 합법 공간을 줄 것을 묵인하여 허용된 그의 입국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아니면, 국가 보안 사범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 등이 이러한 정보들을 법무부장관 등 정부의 책임자들에게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아 책임 있는 정보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 나온 것인지를 지금부터라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런 다음에 지금과 같은 법치의 아노미 현상들을 국민에게 가져다 준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10.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