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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안정에 기여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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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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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안정에 기여해야 지난 3월 하순 이라크전이 시작되자마자 예측대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의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당시 이 전쟁은 전선이 고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협의 실체 그 자체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미국이 상당기간 동안 악전고투하리라 예상됐었다. 지금 미국은 대(對)이라크전은 쉽게 이기고도 정작 테러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부시 미 행정부가 이번에 한국을 비롯한 29개국에 대해 이라크에 전투병을 추가 파병해줄 것을 요청한 것은 앞으로 미국이 이 전쟁에서 치러야 할 인적·물적 비용이 너무나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미 공병과 의료지원 부대 675명을 보낸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물론 추가 파병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내적으로 지난 4월 1차 파병 때 못지않은 국론 분열을 겪을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선뜻 전투병 파병을 주도할 처지가 못 된다.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28개국의 입장도 대동소이한 것 같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지금 미국의 어려운 입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달 말경에 열릴 예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전후 처리문제에 관한 유엔의 공식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에 파병할 전투병, 즉 치안유지군을 유엔의 평화유지군(PKF)으로 규정하면 문제는 간단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우리 스스로 무엇이 최선의 국익인지를 냉철히 판단하여 추가 파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 안보동맹 차원의 전략현실주의적 판단과 국제평화와 안정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공동안보 정신 모두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말할 나위도 없이 한국 방어를 위해 주한미군이 50년 넘게 전진배치 되어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작금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직면, 다른 어느 때보다도 한·미 안보협력이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만약 우리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면, 미국은 기 계획된 주한미군의 후방재배치를 가속화함은 물론 병력감축과 지상군의 단계적 철수까지도 고려할지 모른다. 9·11테러 참사 이후 미국은 이처럼 변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사실상 미국을 일방적 행동주의자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파병 요청은 한·미 관계 차원을 넘어 중동평화와 안정, 이라크 국민의 인권보호와 인도적 지원, 그리고 세계경제의 관건인 국제유가 질서 유지 등 보편적으로 우리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공동안보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이라크 정세의 향배는 국제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구촌 전체의 안보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라크에 민간 과도정부가 들어섰다고 하나 시아파와 수니파 회교집단 간에는 내전이 진행 중이고,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와 극단적인 대미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은 이라크전 이전보다 더 극렬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간의 탈레반 잔존세력들은 대미 총력 테러공세를 취하고 있어 이 얼굴 없는 전쟁의 긴장감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의 혼란이 지속되고 테러와의 전쟁이 혼미를 거듭할수록 국제사회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그만큼 더 클 것이며, 미국의 좌절과 상실감이 클수록 미국은 더 급격한 일방주의로 치닫든가, 아니면 정반대로 아예 과거의 고립주의로 돌아갈지 모른다. 미국은 지금 이 양극단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한·미동맹의 전략현실주의적 관점과 이라크 문제의 국제정치적 함의 모두를 고려해 추가 파병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 우리에겐 미국이 일방주의로 가는 것도, 고립주의에 빠지는 것도 모두 위험하다. 자칫 한·미동맹이 이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랍민족주의 정서를 충분히 감안하되, 세계경제의 파이프라인을 쥐고 있는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어떠한 형태건 기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9. 15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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