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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정치 위한 대통령의 선택
	200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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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 위한 대통령의 선택 국회의 김두관 행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하는가, 거부해야 하는가. 그다지 명백하지 못한 이유로, 정부 평가에서도 1위를 했다는 지방분권의 상징적 각료이며 주무장관인 그를 사실상 제1야당의 단합 투표로 보이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의회정치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 속에서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의 주장대로 헌법 제63조에 대한 극단적 문리해석에 따라 건의에 불과한 재량사항이므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침을 고양하기 위해 버틸 것인가. 정치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명분이 다소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의회의 다수당이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불신을 정부의 상징적 인물을 상대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국민이 다수당으로 선택한 정당의 합법적 절차에 의한 의사 표현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국회의 의사이며, 국회는 국민의 단순한 다수 대표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에 비해 소수의 정치 의사까지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정치적 대표성이 클 수밖에 없다.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의 제한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도 바로 국회의 이러한 국민의 비중 높은 정치적 대표성 때문이다. 또 하나, 비록 소수당이기는 하지만 다른 야당도 건의안 표결에 참여했다. 그런 만큼 행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는 국민의 정치적 대표인 국회의 의사로서의 대략적인 면모도 갖추었다. 민주주의의 대전제는 법치주의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자의적 권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정치도 법대로, 즉 헌법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 조문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재량사항이니 무시하면 된다는 주장이나, 거부하게 되면 그것은 헌법 정신을 망각한 ‘해석에 의한 개헌’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입장이나 모두가 같은 헌법 규정에 대한 해석을 무기로 논쟁하고 있다. 하지만 논쟁의 본질은 정치적 이해 득실에 있지, 헌법해석론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와 법치는 그런 것이다. 정치적 이해는 따로 있되 최소한 지켜야 되는 정치 규칙은 있는 것이고, 그것의 대표가 헌법이다. 그러므로 헌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해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래도 정치적 판단을 놓고서 헌법 해석을 운운하는 것을 보니 이제 우리나라도 법치국가가 되어 가는가 보다. 그러나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헌법은 대체로 200년 전의 프랑스대혁명이나 미국혁명 시기의 정치 이념을 토대로 한 권력 구조를 골격으로 하는 것이다. 비단, 1987년 개헌 때의 문구 변경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오늘날 민주주의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새롭게 대폭 개정하든지 아니면 건전한 민주주의 운영을 위한 현실적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사실은 ‘해석에 의한 개헌’이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드골은 1969년 지방자치단체 창설과 상원 개혁에 관한 국민투표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간주하여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리고 미테랑은 총선에서 승리한 의회의 다수당인 야당의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는 이른바 ‘동거정부’의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우리 헌법 제63조 제1항은 “국회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다. 문리적 해석만 한다면 국회가 건의할 수도 있고, 불만이 있어도 안 할 수도 있다. 대통령도 ‘건의’ 사항이므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농담으로 돌려버렸지만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봐야 결론은 십중팔구 통치행위(미국식 political question)로 귀결될 것이다. 문제는 문구보다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고, 이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가 보다 성숙되고 진보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경직되고 법 실증주의적 퇴보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기로에서 대통령은 막중한 역사적 부담을 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그만큼 외롭고 힘든 자리이다. 그러나 그만하면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 충분히 방어했다고 본다. 국정감사 때까지는 너무 길다. 대통령의 지나친 정치적 방어는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에 국민들이 좀더 편안한 휴가를 맞이할 수 있는 선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9.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