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2002년 3월 8일 NGO학회 주최로 열린 ['제3차 한국NGO포럼'-양대 선거와 시민단체ㆍ언론의 역할]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양대 선거와 언론의 역할
미디어 정치시대 선거방송의 현황과 문제점
황 근(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 머리말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 왔다. 아니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미디어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느닷없이 새해 벽두부터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출마예상자들을 대상으로 모든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초청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물론 우리 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이하 선거법이라 함)에 언론사들은 언제라도 정치인 혹은 후보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방송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렇지만 각 당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데 일반 유권자들이 얼마나 관심 있어 하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고, 일반 국민들이 그 후보자들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한 들 현실적으로 무슨 효용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제15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1997년 봄에도 방송사들이 ‘9룡’이니 ‘8룡’이니 하면서 앞다투어 후보자초청토론회를 실시한 적이 있고,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여론이 나빠지니까 서로 합의하여 앞으로 경쟁적으로 개별 토론회를 주최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1997년 5월과 6월 두달 동안 방송3사와 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대통령후보 추천 TV토론을 실시하고 난 후, 이러한 경쟁의 폐해가 드러나고 여론이 나빠지자 7월 3일 방송3사 사장들은 “각 방송사가 개별적으로 주최하는 TV토론은 지양하고 방송협회가 주관하여 공동으로 실시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당시에 이미 지금과 같은 방송사의 경쟁적 개별토론회의 문제점이 드러난바 있고 방송사 스스로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똑같은 개별 토론회를 경쟁적으로 그것도 새해 벽두부터 시작한 것은 우리 선거방송이 후보자나 유권자를 위해서 실시되는 것이 아니고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현대 민주정치를 미디어정치라고들 한다. 그것은 정치과정에 미디어를 이용함으로써 정치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최근 우리 나라의 미디어 정치는 매스 미디어가 정치과정을 지배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매스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선거나 정치과정 자체가 매체의 논리에 의해 변형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정치인들이 매스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스 미디어가 정치인을 소재로 이용하는 상황에 맞게 정치인들이 그 메카니즘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에서 현대 정치는 매스 미디어에 의해 크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선거기간 중에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선거캠페인 전략이 매스 미디어의 생리에 부합되도록 치밀하게 계획되어야만 한다. 즉,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잘 비추어지고 자신들의 캠페인 전략이 매스 미디어의 뉴스가치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선거기간 중에 매스 미디어에 비추어진 정보들은 미디어의 뉴스가치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정보로서 “medialities”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로빈슨(Robinson)은 이렇게 만들어진 사건들을 ‘Medialities’라고 한다. 이것은 미디어가 실제의 의미를 변형시키거나 왜곡시키거나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강조, 확대, 형상한 사건이나 전개 과정, 주변 상황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잭슨 목사의 혼전 성관계, 게리 하트 후보의 여성편력, 클린턴의 여성관계 등의 사건들을 들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예상되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 문제 등은 미디어 선거의 이러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obinson, & Sheehan, 1983: 191).
문제는 이렇게 정치적 정보나 사건들이 미디어 속성에 맞도록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정치의 본질을 변질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매스 미디어의 정치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충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권자들의 투표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지배하는 선거는 자칫 긍정적인 결과보다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미디어 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정치 방송 혹은 선거 방송에 대해서는 많은 법적인 혹은 자율적 규제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정치영역과 미디어영역이 상호 교차되는 부분이라는 점이 고려되어 언론사 특히 방송사와 정치집단들간에 상호 협조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정치가 지배하는 매스 미디어, 매스 미디어가 지배하는 정치, 두 가지 모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선거문화 개혁 즉, “돈 안드는 공정한 선거”라는 공명선거 실현의 대안으로 선거방송이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디어 선거는 대단히 고비용의 선거캠페인일 수 있다는 점과 미디어 정치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매스 미디어 특히 방송이 공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미디어 선거가 과연 유권자들에게 유익한 정치과정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디어 정치 혹은 미디어 선거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유권자이익이 반영되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장훈(1999)은 매스 미디어 중심의 선거로 전환하는데 두가지 주의점을 들고 있다. 첫째, 미디어 중심의 선거가 반드시 선거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이를 위해서 부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며 둘째, TV토론이나 광고의 확대가 반드시 정책대결을 가져다주고 후보자의 정책입안과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래글은 2002년 3월 8일 NGO학회 주최로 열린 ['제3차 한국NGO포럼'-양대 선거와 시민단체ㆍ언론의 역할]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양대 선거와 언론의 역할
미디어 정치시대 선거방송의 현황과 문제점
황 근(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 머리말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 왔다. 아니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미디어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느닷없이 새해 벽두부터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출마예상자들을 대상으로 모든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초청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물론 우리 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이하 선거법이라 함)에 언론사들은 언제라도 정치인 혹은 후보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방송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렇지만 각 당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데 일반 유권자들이 얼마나 관심 있어 하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고, 일반 국민들이 그 후보자들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한 들 현실적으로 무슨 효용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제15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1997년 봄에도 방송사들이 ‘9룡’이니 ‘8룡’이니 하면서 앞다투어 후보자초청토론회를 실시한 적이 있고,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여론이 나빠지니까 서로 합의하여 앞으로 경쟁적으로 개별 토론회를 주최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1997년 5월과 6월 두달 동안 방송3사와 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대통령후보 추천 TV토론을 실시하고 난 후, 이러한 경쟁의 폐해가 드러나고 여론이 나빠지자 7월 3일 방송3사 사장들은 “각 방송사가 개별적으로 주최하는 TV토론은 지양하고 방송협회가 주관하여 공동으로 실시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당시에 이미 지금과 같은 방송사의 경쟁적 개별토론회의 문제점이 드러난바 있고 방송사 스스로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똑같은 개별 토론회를 경쟁적으로 그것도 새해 벽두부터 시작한 것은 우리 선거방송이 후보자나 유권자를 위해서 실시되는 것이 아니고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현대 민주정치를 미디어정치라고들 한다. 그것은 정치과정에 미디어를 이용함으로써 정치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최근 우리 나라의 미디어 정치는 매스 미디어가 정치과정을 지배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매스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선거나 정치과정 자체가 매체의 논리에 의해 변형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정치인들이 매스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스 미디어가 정치인을 소재로 이용하는 상황에 맞게 정치인들이 그 메카니즘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에서 현대 정치는 매스 미디어에 의해 크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선거기간 중에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선거캠페인 전략이 매스 미디어의 생리에 부합되도록 치밀하게 계획되어야만 한다. 즉,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잘 비추어지고 자신들의 캠페인 전략이 매스 미디어의 뉴스가치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선거기간 중에 매스 미디어에 비추어진 정보들은 미디어의 뉴스가치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정보로서 “medialities”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로빈슨(Robinson)은 이렇게 만들어진 사건들을 ‘Medialities’라고 한다. 이것은 미디어가 실제의 의미를 변형시키거나 왜곡시키거나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강조, 확대, 형상한 사건이나 전개 과정, 주변 상황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잭슨 목사의 혼전 성관계, 게리 하트 후보의 여성편력, 클린턴의 여성관계 등의 사건들을 들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예상되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 문제 등은 미디어 선거의 이러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obinson, & Sheehan, 1983: 191).
문제는 이렇게 정치적 정보나 사건들이 미디어 속성에 맞도록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정치의 본질을 변질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매스 미디어의 정치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충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권자들의 투표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지배하는 선거는 자칫 긍정적인 결과보다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미디어 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정치 방송 혹은 선거 방송에 대해서는 많은 법적인 혹은 자율적 규제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정치영역과 미디어영역이 상호 교차되는 부분이라는 점이 고려되어 언론사 특히 방송사와 정치집단들간에 상호 협조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정치가 지배하는 매스 미디어, 매스 미디어가 지배하는 정치, 두 가지 모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선거문화 개혁 즉, “돈 안드는 공정한 선거”라는 공명선거 실현의 대안으로 선거방송이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디어 선거는 대단히 고비용의 선거캠페인일 수 있다는 점과 미디어 정치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매스 미디어 특히 방송이 공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미디어 선거가 과연 유권자들에게 유익한 정치과정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디어 정치 혹은 미디어 선거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유권자이익이 반영되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장훈(1999)은 매스 미디어 중심의 선거로 전환하는데 두가지 주의점을 들고 있다. 첫째, 미디어 중심의 선거가 반드시 선거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이를 위해서 부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며 둘째, TV토론이나 광고의 확대가 반드시 정책대결을 가져다주고 후보자의 정책입안과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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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