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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시장의 거품 잡으려면
2003-07-03
아파트 시장의 거품 잡으려면 작년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겪으면서 주택가격에 거품이 있으며 거품이 터지면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비슷한 주택가격 상승을 경험한 미국에서도 거품 논쟁과 주택시장의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두 나라 여론과 정부의 대응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주택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도 별로 없고 정부의 움직임도 없다. 반면에 우리나라 주요 신문에 게재된 집값과 투기 관련 기사 건수는 최근 3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었다. 정부도 중개업소에 대한 집중단속, 투기과열지역 지정 및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등 투기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세무당국이 주택정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런 현상을 당연시하는 여론은 더욱 흥미롭다. 언론과 일부 부동산 분석가들은 거품이란 표현을 널리 쓰고 있지만 거품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존재한다면 얼마나 크고 언제 터질지는 미리 알기 어렵고 거품을 서서히 제거할 수 있는 정책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한 이사는 중앙은행이 금융정책 수단을 통해 자산가격 거품을 제거하려는 것은 외과의사가 망치로 수술을 하려는 격이라고 비유하였다. 그러나 거품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의 실상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지, 만일 개입이 필요하다면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유례 없는 저금리이지만 침체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주택가격 폭등세를 저지하기 위해서 금리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몇 차례나 언급했지만 결국 최근에도 콜금리를 인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정책개입의 명분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정부는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나설 게 아니라, 서민과 소외계층의 주거 수준을 높이는 일에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 주거기준을 설정, 정책대상 계층을 명확히 한 다음 구체적인 시간계획과 재원조달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 또한 주택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해도 거래 억제를 통한 가격 안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가격상승의 근본적인 이유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데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기간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하락한 유일한 시기는 1990년대 전반기였다. 그 중요한 원인은 5개 수도권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필두로 매년 50만~60만 호 이상의 주택이 공급된 데 있었다. 이제 전반적인 주택부족 문제는 완화되었지만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 즉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여건과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집은 아직 부족하다. 이런 귀한 집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투기억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강남의 기존 아파트 재건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수도권 집중에 대한 우려나 행정수도 건설 계획과의 상충 등의 이유로 강남 수요를 흡수할 신도시 개발도 추진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빈약한 주택관련 통계자료를 확충하는 일이다. 주택공급(완공), 자가보유율, 주택가격, 주택관련 대출 규모 및 융자비율 등에 대한 양질의 통계자료는 정책수립과 정책효과 분석의 선결조건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7. 3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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