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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연장 거부는 `法治거부`
	2003-06-23
특검연장 거부는 `法治거부` 지금 특검 수사기간 연장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특검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검이니 사법심사나 통치행위의 문제가 처음부터 제기될 수 없는 나라가 우리 이웃에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왕조국가나 전체주의 등 독재국가가 아니고 민주국가라면 처음 정한 기간이 만료됐다고 하여 이 시점에서 수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드러나기 시작한 의혹을 중간에 덮으려는 기도로 보일 뿐 전혀 설득력이 없다. 기왕에 작정하여 돈들여서 하는 특검수사라면 마무리를 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것은 특히, 지명한 의사에게 병을 보이기로 했으면 검사의 결과가 어느 병의 진단에 이르든지 끝까지 보게 할 일이지 병을 보다 말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다른 의사에게 보일 것이니 이제 그만두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순한 감기 증세와 같은 것이 예상치 않았던 대단히 중대한 병의 발견에 이르게 만드는 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왕조 시대와 외적의 폭압을 거치고, 그리고도 6·25 등 공산주의 침공의 저지와 오랜 간난의 투쟁 끝에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성취하였다.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 앞의 평등은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의무를 짐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이에 국법 준수의 의무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그러한 만큼 법으로부터 특권면제를 받거나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대통령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필수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미리 사람이나 사안을 정해 놓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민주주의·법치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다. 법치주의에서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안 되고는 사법부가 담당한다. 사법부가 아닌 기관이나 사람이 어느 사람 어느 사안을 놓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안 된다 요구하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이나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하는 인치의 논리, 정치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검찰이 왜 불신을 받게 되었는가. 법논리가 아니고 정치논리가 개입하여 결국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법 문제는 법에 맡겨 두어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리이다.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으로 미리 정해진 사람 내지 사안이란 있을 수 없거니와 혹시 법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통치행위)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법을 판단하는 기관(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 피판단자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는 공개의 원칙을 전제로 하며 비밀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언론의 자유·국민의 알 권리를 필수로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북송금과 같은 나라의 명운과 국부(國富)가 좌지우지되는 일을 비밀의 장막 속에 숨겨두는 것은 민주주의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 이 일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사람의 손에 맡겨졌다고 알려진 150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주권자이다. 국민이 알지 못하면 선거권의 행사, 여론의 형성 등을 통하여 합리적 판단과 행동(주권의 행사)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민주주의가 공개의 원칙을, 그리고 국민이 알 권리를 기본권의 이름으로 요청하는 이유이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사항을 숨기면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거나 거수기로만 이용하겠다는 생각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 실정법 위반의 점 말고도 문제의 행위가 오로지 국익(남북관계 정상화 등)만을 위한 것인지, 그것을 빙자한 개인적·당리당략적 목적의 것이 개재되어 있는 것은 없는가 하는 점을 국민이 알지 못하고는 국민이 판단할 수 없다. 그것은 과거 독재가 반공의 논리에 의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알기를 원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일은, 국익을 위하여 떳떳한 일이라면 일을 저질러 놓고 사후적으로 틀어막으려고 할 것이 아니고 사전에, 그러나 민주적·법치주의적 절차에 맞게 비밀을 요하는 국가 정책을 입안·실행하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가다듬는 계기로 삼기를 국민은 또한 원한다. 최대귄 (서울대 헌법학 명예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6. 2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