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보도자료
韓·칠레 FTA 비준 급하다
2003-06-23
韓·칠레 FTA 비준 급하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같은 정책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그 효과가 반감된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경제개방 시책은 국익 우선의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 이익집단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문제가 바로 그러하다. 한.칠레 FTA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우리 농업에 대한 피해가 최소하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되었다. 우리 농민단체들이 요구했던 사과와 배.쌀을 포함한 4백여개 품목을 자유화에서 제외했다. 우리 농림부도 칠레와의 FTA가 우리 농업에 미칠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명분보다 實益 차원서 평가를 농산물 개방에 대비해 정부에서는 약 8천억원의 농업지원 예산을 담은 FTA 이행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가온재배 시설포도는 신선도와 품질면에서 칠레산 수입품종보다 우수하므로 칠레산과 경쟁이 가능하다. 더구나 노지포도에는 관세인하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키위와 소량의 쿼터를 허용한 쇠고기.닭고기.유장 등도 기수입되고 있는 물량 내에서 수입선 전환효과가 발생할 뿐 전체 수입액은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先) 대책, 후(後) 비준 입장을 주장해 왔다. FTA 특별법의 문제점을 들어 비준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총선을 염두에 둔 '표'를 의식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특별법의 구체적 이행방안은 입법과정에서 국회에서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FTA 비준을 정기국회로 넘길 경우, 내년도 예산심의가 다른 일반법률안보다 우선 처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총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비준안 처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내년 총선 이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농업계도 명분보다 실익 차원에서 칠레와의 FTA를 평가해야 한다. 전국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칠레와의 FTA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물리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한.칠레 FTA에 반대하는 과실류 단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시장개방안이 과실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타결되었고, FTA 특별법은 구조조정 지원뿐만 아니라 예상된 피해까지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일본까지도 FTA 체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백여개의 FTA가 체결돼 있는 현 상황에서 무역확대를 위한 FTA 추진은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생존의 필수 정책으로 변모되고 있다. 칠레가 체결한 EU.브라질.아르헨티나 등과의 FTA로 칠레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벌써 타격을 받고 있다. 2002년 우리나라 자동차는 칠레에서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무관세로 수입되는 유럽.브라질.아르헨티나산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뒤져 5위로 밀려났다. 칠레와의 FTA를 제때에 비준하지 못할 경우 다른 국가와의 FTA는 말할 것도 없고, 개방형 통상국가, 나아가 '동북아 경제중심'으로의 도약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 또한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다. 거부땐 국제 신인도 하락 불보듯 더구나 칠레 의회는 우리나라와의 FTA에 대한 소관 상임위원회의 검토를 이미 종료하고 조만간에 비준 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아태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한.칠레 FTA 타결이 공식적으로 선언되고 회원국가들로부터 첫번째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FTA로 박수갈채까지 받았다. 만약 비준이 거부될 경우, 우리 국회는 행정부가 타결한 FTA 협정을 거부한 세계 유일국가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국회는 조기에 한.칠레 FTA 비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FTA 추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개방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자원국가 한국의 갈 길은 우리 시장도 함께 열면서 계속 크게 열리고 있는 세계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安忠榮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출처 - 중앙일보 2003. 6. 23 시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