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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부실' 시장원리에 맡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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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6 |
| '카드사 부실' 시장원리에 맡겨라 공자금으로 해결땐 모럴 해저드만 초래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를 계기로 카드채 매매가 마비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된 지 어느 덧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의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 경색을 풀어보려고 했으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연체율 상승과 신용불량자 양산, 신용카드사의 부실화, 투신.투자자.은행 및 보험사 부실화 등 물고 물리는 금융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연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의 근원인 신용카드 연체율을 낮추고 신용불량자의 수를 감축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한 문제는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서서히 풀릴 수 있는 것이긴 하나 우리 경제 환경을 살펴보면 이라크 전쟁이 일찍 종결되어 다행히 유가 불안이 사라지긴 했어도,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북핵 문제가 여전히 앞을 가로막아 섰고, 생각지도 못했던 중국발 사스(SARS)의 확산으로 전 아시아가 서방자본의 버림을 받을지도 모를 처지에 놓이는 등 상황은 아주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의 움직임을 볼 때 신용카드사의 연체율과 신용불량자의 수는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신용카드사의 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신용카드발(發) 금융시장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위기극복을 위해 과거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위기 때처럼 또 공적자금을 조성해서 신용카드사들을 구제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수록 경제의 체질은 약화되고 정부 정책을 악용하려는 경제주체들의 모럴 해저드는 기승을 부릴 뿐이다. 시장 원리가 작동해야 할 시장이 바로 서지 않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의 장본인인 신용카드사가 나서야 한다. 현재 신용카드발 금융위기의 해결 여부는 그 누구도 아닌 신용카드사가 어떻게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신용카드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연체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무분별한 카드의 발급 때문인지, 경제상황의 악화 때문인지. 정부의 규제 때문인지.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대손가능성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대환대출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대출자산 중에서 대손으로 처리해야 될 자산은 얼마나 되는지.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으로 떠 안은 후순위채는 얼마나 회수되고 있는지. 그렇게 남은 자산으로 카드사가 안고 있는 부채를 상환할 수는 있는 것인지. 그게 안 된다면 자기자본을 스스로 감축할 용의는 있는 것인지. 자산이 부채보다도 적어 자기자본을 감축해야만 한다면 주주들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자들에게 회사의 소유와 경영권을 넘길 용의가 있는 것인지. 그게 싫으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증자를 시행하고 거기에 충분한 양의 자본참여를 할 것인지. 신용카드사들은 사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앞으로도 신용상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서 신용카드를 발급할 것인지. 신용과 상관없이 현금이나 할부서비스 한도를 높이 책정할 것인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회원이나 가맹점의 모집과 관리, 영업소의 유지 및 관리, 연체금의 회수업무 등에 이전과 같이 많은 인원과 비용을 투입할 것인지. 차별적 경영전략도 없이 경쟁카드사가 도입한 새로운 서비스를 무조건 따라서 제공할 것인지 등등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리고 신용평가사들이 제 역할을 다 한다면 카드채 투자등급은 현재의 AA-에서 한참 추락할 것이다. 카드채의 유통수익률은 현재의 7%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치솟을 것이다. 그러나 카드채는 지금처럼 유통시장뿐 아니라 발행시장에서까지 버림받지는 않을 것이다. 카드회사들은 높은 자본 코스트를 지불하겠지만, 자금을 조달하는 자체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높은 서비스 수수료를 물리겠지만, 회원의 신용상태에 따라 차별화된 수수료를 적용할 것이다. 투신권은 편입한 카드채를 처리하지 못해 안달하지도 않을 것이며, 애꿎은 투자자들이 카드채가 편입된 펀드에 몰려가 조기상환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은행이나 보험회사들에게 원하지도 않는 카드채를 억지로 떠 안기지도 않을 것이며, 유한책임사원인 대주주에게 책임지고 더 출자하라고 압력을 가하지도 않을 것이다. 박상수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3. 5. 26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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