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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부터 잡아라
2003-05-21
[자료집]대학정책과입시제도개편.pdf
부동산투기부터 잡아라 지난 1년여 동안에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은 줄잡아 10건이 넘는다. 최근에는 툭 하면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강남구와 경기 광명시 등 투기 과열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이 지역에 소재하는 주택을 팔면 국세청이 정하는 기준시가(실거래가의 70∼90% 수준) 대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만큼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수도권과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인 충청권에서 땅투기를 한 사람, 3만5000명 가량을 조사한다고 한다.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 예정지에서 단기전매를 한 사람도 국세청에 통보된다. 서울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투기를 한 사람들을 선발해서 세무조사도 할 방침이다. 특히 탈세 규모가 크거나 상습적으로 투기를 한 혐의를 받는 사람은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투기 억제를 위한 전방위 대책을 마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가 과열될 때마다 나오는 이런 조치들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월말에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폭등한 대전, 천안 등 일부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여전히 이 지역의 집값은 계속 올랐다. 양도세가 올라봐야 집 값 뛰는 것에 비하겠느냐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투기에 대한 엄포 정도로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양도세 과세 기준을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것도 국세청의 인력이 부족해서 전국적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동산 보유세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투기를 억제하는 조치는 가능한 한 아끼는 게 아닌가 싶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투기대책이 으레 그랬듯이 이번에도 뒷북치기 행정으로 그치는 게 아니겠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책 당국은 투기가 극심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를 때까지 대책 마련을 미루기 일쑤다. 주택 가격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부동산 가격을 띄우는 정책은 실효성이 있는데, 투기를 진정시키는 조치는 왜 효과가 없을까. 정부의 투기 대책은 왜 신뢰를 얻지 못하는가. 지난 5년 동안 서민 생활을 가장 걱정하고 빈부 격차를 개선할 듯하던 ‘국민의 정부’도 나름대로 부동산 투기를 한판 크게 벌였다.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가 금리를 대폭 낮추고 분명히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켰다. 의도적으로 투기를 부추겼든 결과적으로 투기가 과열됐든 문제는 역대 정권마다 예외 없이 부동산 투기를 치렀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부동산 투기를 벌이는 것도 아마 정권마다 그들에게 할당된 몫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임기 중에 한번쯤 투기판을 크게 벌이는 것은 정권이 행사할 수 있는 옵션 내지 프레미엄 같은 것이 아닐까. 누가 투기를 마다할 것인가. 이번에 ‘참여정부’도 당초부터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신도시 개발, 아파트 재건축 등으로 자칫하면 과거 어느 정권에 못지 않게 투기를 크게 벌일 수 있는 여건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것 같다. 게다가 금융시장에서는 초저금리가 유지되고 있으므로 시중에 마땅한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는 자금을 부동산 시장으로 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투기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환수는 엄두도 못 낸다. 한국은행은 지난주에 오히려 콜금리를 4%로 더욱 낮췄다. 내년의 총선을 의식해서 본격적인 경기 부양 조치라도 마련한다면 ‘타는 불에 기름 붓듯이’ 투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인플레이션도 과열될 것이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또 다시 물 건너가고 인플레로 인해서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의 분배를 가장 역진적으로 왜곡하고 빈부 격차를 악화시키는 것은 부동산 투기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고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본다. 따라서 책임 있는 정권은 국민의 주거와 생활 안정을 위해서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서민의 편에서 분배의 형평을 이룩하기 위해 통합과 개혁을 추진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참여정부’는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야말로 경제가 어렵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5. 20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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