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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종금` 새 검찰 시험대
2003-04-10
`나라종금` 새 검찰 시험대 최근 문제되고 있는 나라종금의 로비사건은 새 정부가 겪게 되는 최초의 중요한 시련일 뿐만 아니라, 송광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새 검찰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새 정부의 도덕성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새 정부는 물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지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민주적 정부라도 권력과 관련된 비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민을 주권자로 모시는 정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부가 민주적 정부지만, 그 정부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즉, 인간이 안고 있는 필연적 약점 때문에 권력을 국민에 대한 봉사의 도구로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또는 자기 주변의 인물이나 집단을 위해 오·남용할 가능성이 늘 열려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층 내부에서 권력의 남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떤 선진국에서도 발본색원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어떤 정부의 민주성 내지 도덕성은 그와 같은 비리의 유무가 아니라, 오히려 비리가 문제됐을 때 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확인하는 방법 및 그에 대한 사후적 조치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권력과 유착된 비리를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정부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민주성까지도 의심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적 정부라면, 모든 것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히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과 함께 대책을 숙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제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임은 물론이다. 사실 우리 국민은 권위주의적 정부의 서슬에 눌려서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 경험들도 가지고 있다. 뻔한 거짓말에 알고도 모른 체하며 넘어가야 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피흘리며 민주화를 쟁취해야 했던 까닭은,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국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민주적 정부가 구성됐다고 믿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 모두가 성인군자이기를 바라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모든 국가권력의 담당자들이 조금의 결점도 없는 완벽한 인간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잘잘못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또 그에 대해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곧 국가권력의 행사에서 실현되는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에는 사재를 털어서 국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국민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불의를 위해 오용될 때에는 1960년의 4월혁명이나 1987년의 6월항쟁이 보여주듯이 격렬한 분노로 역사의 흐름을 바로잡았던 것이 우리 국민이다. 그런 국민이 있기에 민주주의가 진전될 수 있었고, 국가권력의 공정성이 감시될 수 있다. 이번 나라종금의 문제는 사실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정확하게 밝혀지고 관련자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치러진다면, 이 문제는 당사자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않고 권력에 의한 비호, 편파적인 수사 등이 문제될 경우에는 새로운 게이트로 발전되거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이 다시 요구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문제가 확대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제 칼자루는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의 손에 쥐어져 있다.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느냐에 따라서 나라종금 사태의 해결이 좌우될 뿐만 아니라, 수사의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여하에 따라 그 파장의 범위가 결정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새 정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 답해질 것이지만, 의혹을 남기는 수사는 이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정부와 검찰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최선의 해결책은 정직과 공정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그 길을 검찰이 용기 있게 선택하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4. 10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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