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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부 장기경제비전 내라
	2003-04-09
새정부 장기경제비전 내라 현재 한국 경제는 모든 경기지수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 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이라크 전쟁 이나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한 현상이라고 주 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지난 몇 년 간 구조적으로 많이 취약해진 한국 경제의 기본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안팎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 은 현 정부가 장기적 경제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각각의 경제사안에 대 한 각론적 정책대안은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어떤 방향으 로 이끌어나가겠다는 대원칙과 비전 제시가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과거 정권과 비교할 때 두드러진다. 문민정부 때 는 정부 출범 직후 '세계화'라고 하는 비전을 제시하며,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에 더욱 통합시키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국민의 정 부는 출범 전부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고 하는 대원칙을 수립하 며, 어려운 경제위기 극복을 선도해 나갔다. 물론 과거 정부의 경우 이러한 비전을 실천하는 과정에 있어서 각종 부작용과 자기모순에 노출되기도 했으나 큰 안목에서 보았을 때 이들 이 제시했던 비전들이 당시 한국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목표였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공연한 탁상공론이 될 수 있는 비현실적인 비전이 뭐 그 리 중요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장기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 행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특히 투자의 경우 그 정권이 제시하고 있는 방향성을 미리 알아야 안심하고 대규 모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속성은 특히 외국인 투자의 경우 두드러지게 된다. 상대적으 로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은 5년 또는 10년 후의 한국 경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쉽사리 한국에 장기적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단기적 투기자금만 들어오게 될 것이다. 또한 비전과 대원칙의 제시는 여러 가지 갈등을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불거져 나왔던 교육시장 개방이라든가 이 라크에 대한 파병문제 등과 같이 필연적으로 깊은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은 정부의 비전이나 대원칙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보 다 수월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기한 이유로 인해 비록 추상적인 개념일지언정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급한 비전 제시 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 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새로운 비전은 한국 경제와 연관이 있는 국내외 경제주체가 모두 수 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부 계층에 만 편중된 듯한 비전은 지양해야 한다. 둘째, 비전이라고 하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사전적 의미가 그렇듯이 과거지향적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개념을 지녀야 한다. 현재 많은 사 람은 새 정부의 인사들이 과거의 경제성장을 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새 정부가 과거의 경제성장을 왜곡된 성장으로 간주해 과거의 관행들을 뜯어고치는 데 주력한다면 이는 개 혁은 될지언정 비전은 되기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비전은 반드시 시장 질서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 다. 아무리 고상한 목표를 제시한다고 해도, 그 수단으로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나 통제가 수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참여정부라고 일컫는 새 정부의 의사결정에는 '참여'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제각기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의 확대는 수단은 될 수 있으나 목적은 될 수 없다. 즉 참여를 통해서 무엇을 이룰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뚜렷 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참여를 통해 수많은 목소리를 국정 운영 에 반영하는 것은 오히려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도 있다.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작금의 위기 상황은 참여를 통해서 수많은 사공을 배에 태우는 것보다는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한 명의 조타수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3. 4. 9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