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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에 거는 기대
2003-03-26
인터넷 언론에 거는 기대 "분별력 있는 여론 형성을 위해선 신뢰·정확성이 필요조건이다" 대중 매체의 역사에서 인터넷은 확산 속도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매체들이 대중 매체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해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각 매체가 5천만명의 이용자에게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인쇄 매체의 경우 수백년이 걸렸고, 라디오는 38년, 텔레비전은 13년이 걸린 데 비해 인터넷은 4년이 걸렸다. 불과 4년 만에 5천만의 이용자를 확보한 매체의 파급력은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 인터넷이 이전의 매체와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준다. 매체 이용 만족도가 높은 까닭 인터넷 이용의 주요 목적이 정보와 오락이라는 점은 기존의 매스 미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통적 미디어는 신문이나 방송 모두가 획일화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용자에게 전달한다. 제한적인 참여가 허용되기도 하지만 수용자 입장에서 보면 전통적 매체는 본질적으로 닫힌 매체다. 이에 비하면 인터넷은 열린 매체다. 이용자 자신이 필요에 의해 정보와 오락을 능동적으로 찾아 (search) 다님으로써 이용자가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참여를 통해 이용자는 정보와 오락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도 있다. 전통 매체에 비해 매체 이용에 따른 만족도가 높은 이유도 인터넷이 참여하는 매체라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익명의 자유공간 이라는 점 때문에 이용자의 자율 통제력이 전통적 매체보다 더 크게 요구되는 매체이기도 하다. 새 정부가 기자실 개방 등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선언하면서 인터넷 언론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전체 인구의 60%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1천6백70만명에 이르는 매체 환경을 감안하면 인터넷은 이미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어 전통적 매체에 버금가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 매체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2천5백명의 시민기자를 운영하는 오마이 뉴스에서 보듯 인터넷 언론의 독자는 독자인 동시에 기자가 돼 정보의 소비와 생산에 참여한다. 자발적 참여는 이용자들의 매체에 대한 충성도와 함께 만족도를 높여준다. 이 점은 인터넷 언론이 사회적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의 이 같은 특징은 인터넷 언론의 장점인 동시에 책임있는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 매체의 이용과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UCLA 인터넷 프로젝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정보를 모두 믿는다는 응답은 2000년 2.9%에서 2002년에는 2.2%로, 대부분 믿는다는 응답도 2001년 56.1%에서 2002년 50.6%로 낮아지고 있다. 언론 매체의 생명이 신뢰성에 있고 그 신뢰성은 다름아닌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근거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UCLA 조사 결과는 인터넷 언론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시미니 기자들 통제력 발휘해야 인터넷 언론이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열린 매체 특성이 행여라도 아마추어리즘이 프로페셔널리즘을 제압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론 형성은 언론의 주요 기능이다. 이때 여론이란 분별력 있는 여론 (informed public opinion)을 의미한다. 분별력 있는 여론형성을 위해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은 필요조건이다. 신뢰성과 정확성이 결여되면 그것은 이미 대중을 일깨워주는 정보 (information)가 아니고 잡음 (noise)일 뿐이다. 제도권 밖에 있던 인터넷 언론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계기로 인터넷 공간에서 잡음이 줄어들고 진정한 의미의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질 높은 정보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경자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3. 3. 26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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