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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선제대응을
2003-03-14
경제위기 선제대응을 우리 경제는 가계 부실과 그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고, 또한 내수 소진으로 인해 경기의 경착륙이 걱정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북핵 문제로 인해 한·미 간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우리 나라의 국가위험도가 높아지자 외평채 가산금리가 높아지고 환율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SK 분식회계로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적극적이고 사전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완화시켜 현 상황이 경제 위기로 진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는 이미 지난 외환 위기시 우리가 경험했듯이 대응의 시기를 놓치면 위기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환율이 급등하지 않도록 안정시켜야 한다. 경제 위기는 항상 환율이 가장 먼저 급등하면서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가 지난 외환 위기를 경험해 봐서 알 수 있다. 환율 안정은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경기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저금리 정책을 펴 왔기에 환율이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는 위기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위험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면 비록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환투기와 유출되는 외환을 막을 수 없으며 또한 환율을 안정시킬 수도 없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지금의 환율 급등의 주요인은 북핵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좀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비록 지금 우리가 북핵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으나 미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한·미 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것은 외국 투자가는 물론 국내에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환율은 이러한 불안한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향후 한·미 관계에 대한 투자가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방향에서 신중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기업투명성을 개선시키는 데 있어 정부는 그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기업의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이에 대한 새 정부의 역할에 국민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를 서두르는 것은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경제적 위기상황을 피하고 그 이후에 이러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은 기업 스스로 이를 위한 노력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에는 SK의 경우와 같이 숨겨져 있는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비록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도 기업의 분식회계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잠재된 위기 속에 있기 때문에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제 위기가 항상 경기의 경착륙 시에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외부적인 충격이 있을 경우 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재정을 조기 집행하여 경기를 연착륙시키고 현재의 단기 가계대출의 만기를 장기로 전환하여 가계 부실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조세나 도심 재건축 규제강화 등 미시적 정책 수단을 사용, 그동안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이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시켜 놓아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향후 추가 경기 침체 시에도 필요한 경우 심각한 부작용 없이 거시경제정책을 사용하여 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위기시 사용할 수 있는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사전에 확보해 놓도록 해야 한다. 환율 급등이나 외평채 가산금리 인상과 같은 지금의 대외적 변화는 우리 경제에 위기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가 가시화되면 이미 이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 경제 위기라는 점을 인식하여 새 정부의 경제 팀은 이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또한 정치권은 합심하여 경제팀을 지원할 때 우리는 또 다른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3. 14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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