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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꾼 주택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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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3 |
| 이름만 바꾼 주택법 정부는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주촉법)을 제정하고 고층 아파트 건립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아파트 가구가 620만가구(60%)에 달해 단독주택(420만가구) 대비 6대4로 아파트 인구가 전체 국민의 절반을 넘게 됐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인지 정부는 현행‘주촉법’을 주택법으로 이름을 바꿔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주촉법과 주택법(안)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한 조항의 신설이 고작일 뿐 정작 대수술이 요구되는 독소조항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주촉법 개정의 목적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개정인지 개탄스럽다. 필자는 20여년의 현장 경험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주촉법 개정에 대해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주촉법을‘주택건설’과‘주택관리’로 완전 분리해 독립법으로 제정하자는 것이다. 분양된 아파트는 사유재(私有財)지만 관리·운영면에서는 사회재(社會財)로서 공공성을 띠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민 특유의 ‘무관심’(허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공급정책 못지않게 관리정책에 비중을 둘 때가 됐다. 전문 110조로 된 주택법안 중 관리 조항은 19개항뿐이고 나머지는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제 업자의 건의가 있을 때마다 편리하게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집행하던 시행령의 병폐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둘째, 새로 개정되는 관리법률에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구성하는 자치관리기구만 관리주체로 규정하고, 사업주체와 주택관리회사는 배제하고 있다. 그 대신 자치관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규제장치로 동대표(회장)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관리소장의 소신관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분보장제도 도입, 표준입찰요강제정·보급 등 관리의 준(準)공개념 도입이 시급하다.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한 관리비 예산 규모가 10조원대에 이르고 향후 몇 년 이내에 리모델링 시장규모가 5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모 경제연구소의 발표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도 없고 주인의식도 없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한시적 관리업자에게 장기 수선계획 수립 및 집행권을 주고 있는 위탁관리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얼마 전 비슷한 조건의 공통과목 평당 관리비가 지역·단지에 따라 최고 3.7배나 차이난다는 공정위의 조사발표는 시사하는 바 크다. 셋째, 현재 한계상황에 있는 건설교통부 주택관리계, 시·도및 기초자치 단체에 분산 위임돼 있는 정책·지도·감독 기능을 단일 창구에서 총괄 전담하는 기관, 가칭 관리공단 또는 관리청 신설방안이다. 전담기관이 설치되면 관리기법의 체계적 연구와 정책 전문화가 이뤄져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관리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생각된다. 주택공사가 임대주택 관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뉴하우징의 업무 및 도시주택연구소의 기능은 관리청 직할로 흡수가 가능하다. 이를 반영하려면 주택관리법은 반드시 독립법이 돼야 할 것이다. 아파트 관리는 자치·위탁 구분 없이‘관리소’가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옥상옥(屋上屋)인 주택관리회사의 전문성 논리는 허구이다. 그러므로 5공화국 초 위인설관식으로 도입된 주택관리업자제도를 그대로 방치한채 이름만 바꾸는 주택법이 돼서는 안 된다. 공청회를 열고 TV 토론도 하자. 그리하여 아파트국가라는 별명에 걸맞은 제대로 된 전문법을 만들자. 이것은 관리비 절감이라는 경제논리 차원을 넘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새 정부의 소명이기도 할 것이다. 李秉守 (서울시 시의원 / 전 전국아파트연합회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1. 23 기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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