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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풀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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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0 |
| '비정규직' 풀려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를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고 비정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처우와 고용형태, 사회보험 적용 등에 있어서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열악한 위치에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고용의 안정성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20% 이상 낮다. 비정규직 근로자로 분류되는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는 전체 취업자의 30% 이상, 전체 임금근로자의 50%을 차지하고 있어 비정규직에 대한 적절한 보호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과제임은 틀림이 없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주도록 법에 규정하는 것은 인기가 있는 정책이 될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 문제점이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동일한 생산적 특성을 가진 개별근로자가 성이나 피부색 등 자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으로 인해 상이한 보수를 받게 되는 경우 국가가 나서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처우를 정규직과 같게 하라고 법에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성이나 피부색은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일단 비정규직 근로자가 되면 정규직으로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을 같게 하라고 법에 강제하는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크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의 실질적인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 남녀 차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시정에는 모든 국가가 적극적인데, 미국의 경우 1960년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하는 이같은 법적 조치가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 축소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연구결과이다. 직무급 임금구조를 가진 미국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연공급 위주의 우리나라 임금체계하에서는 합리적인 적용방법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 강화는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과 동일임금을 주도록 강제하는 것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합리적인 수준이 되도록 하고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년간 노사정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 왔는데 논의 결과는 향후 법개정이나 정책방향 결정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규직 노동시장이 상당히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당선자가 밝힌 대로 취업과 재취업이 쉬워져 해고를 좀더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간다면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이 방지되고 비정규직에 대한 적절한 처우도 보장되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朴英凡 (한성대 노동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 20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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