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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건 모델이 전범이다
	2003-01-09
레이건 모델이 전범이다 2003년은 대통령이 바뀌고 새 정부가 출범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사에서 2003년은 정말 '새'해이다. 이 시점에서 이구동성으로 요구되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양김 정치'로 표현되는 낡은 정치행태는 권력의 집중과 남용, 대통령 1인의 독주, 패거리 정치, 국가권력의 사유화, 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대형 부정부패, 추잡한 지역주의 정치 등으로 정리된다. 이는 그 이전의 독재나 권위주의 통치와 전혀 다른 바가 없었다. 변화하는 사회와 국제환경 속에서 공동체의 생산력과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기는커녕 권력을 잡은 자들끼리 한 세월 잘 해먹은'해먹자 공화국'만 연속적으로 전개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확인했듯이 이제는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한국의 정치개혁은 정당혁파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정당마다 정당개혁에 직면한 것은 당연하다. 낡은 재래시장의 정치판에는 이를 유지하며 이익을 챙기는 세력들이 버티고 있으므로 인적 청산과 제도 개혁을 한꺼번에 하는'동시 개혁'방법이 요구된다. 개혁은 말로 되지 않는다. 올바른 국정운영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운영할 사람들의 정확한 배치와 실천으로 이뤄진다. 우리 나라는 대통령제 정부이므로 대통령제의 성공적 운영방법을 알아야 국가개혁도 정확하게 진행되고 성공한 대통령도 나온다. 정치패러다임을 바꾸자 우리는 지난 세월 대통령제 정부의 운영 방법도 잘 모른 채 대통령에 당선되고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개혁도 실패했고 자식들이 감옥에 가는 것으로 실패한 대통령의 종말을 맞았다. 지난 연말에는 미 의회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미의회 금메달'을 수여하는 시상식 방영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의 영웅들에게 수여하는 이 금메달을 퇴임한 레이건 대통령에게 수여하고 있었다. 연륜이 있는 연방 상.하원의 의원들이 차례로 나와 레이건 시대를 격찬했다. 레이건 시대 때 미국의 영광과 자부심은 최고였고, 어느 때보다 의회와 행정부 간의 관계가 돈독했으며, 국가안보는 확고했고 국정운영은 투명했다고 했다. 그는 의회의 협조를 슬기롭게 끌어내 대통령제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칭송됐다. 기립박수 속에 남편을 대신해 메달을 받은 낸시 여사는 수차례 감사하다는 답례를 하고 부시 대통령의 부축을 받으며 식장을 나갔다. 장면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논의 주제로 부상했다. 민주화로의 이행에서 10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낡아빠진 리더십으로 공쳐버리고 난 체험 속에서 나온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대통령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통령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주어진 임기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정운영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청와대는 무엇을 하고 내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통령의 참모는 누가 어떻게 수행해야 하고, 대통령과 국회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정권인수위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혁프로그램은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가 하는 등등의 구체적인 논의가 그것이다. 청와대 수석실의 혁신이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새로운 역할 모델도 이런 논의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논의에서 전범(典範)으로 회자되는 것이 레이건대통령 모델이다. 15년 동안 공직을 수행하면서 치밀하게 대통령을 준비하고, 오랜 시간 동안 나라 일을 함께할 사람들을 구하고,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과 나라 일을 할 사람들을 철저히 분리하고, 준비된 철학과 이념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정권인수작업을 수행하고,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현명하게 정하고, 적재적소의 성공적 인사를 한 것 등이 대통령제 국정운영의 모범답안처럼 평가되고 있다. 논공행상식 인사 배격을 대통령제 나라에서는 개혁도 대통령제를 성공시키는 시스템에서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아무 준비 없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 권력에 도취돼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촌스런 모습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나라의 인재들을 널리 구해 보다 세련되고 체계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때 개혁도 성공하고 성공한 대통령도 가질 수 있다. 우리도 한번 해보자. 정종섭 (서울대 헌법학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3. 1. 9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