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문제 접근법 | |
2003-0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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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문제 접근법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등 국운 상승의 호기가 이어지는가 했더니, 한 해의 끝자락에서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를 짓누를 기세이다. 그동안 주변에서는 북핵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 낭만적 시각이 만연했지만, 노무현 당선자는 미국과 주변국에 특사 파견을 준비하는 등 핵 해결에 주력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했던 우려들을 씻어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위협 인식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혼선 없는 북핵문제 접근을 위해 새 정부는 주요 명제들에 대해 가치지향적 판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지향해야 할 핵 해결의 방법과 목표에 대한 기조가 서야 한다. 우선 남북공조라는 감성적인 방법과 국제공조라는 이성적인 방법 간의 불가피한 상충성을 인정하고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일단 북핵을 만류할 견제력을 가진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밖에 없고, 그 핵심은 싫든 좋든 한미 공조일 수밖에 없다. 남북한의 200만 대군이 대치하는 중에 반세기 동안 한국과 동맹관계를 이어온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정부가 북한편을 들거나 미북 사이에서 중재역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핵과 관련한 군사적 위협이 소멸되면 평화적 핵이용에 있어서의 민족공조 시대를 열어야 하며, 그것이 핵해결의 목표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북핵이 남한을 지킨다”는 식의 궤변이 젊은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궁극적 핵해결을 위해 북한 정권을 이해하고 지원하여 남북정부 간 관계진전을 도모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북한정권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급선무인가 하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 북한에 민주정부가 존재했다면 국제사회와의 대결을 무릅쓰고 미사일을 수출하기보다는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과 개방을 택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5년간 대북 포용정책의 공과(功過)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북간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 공이 있지만 북한정권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때 오히려 버티도록 도와준 역기능도 부인하기 어렵다. 핵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민주정부라면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대량살상무기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남북 정부 간 관계유지에 연연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강압을 통해 북한의 위험한 핵 게임을 중단시키고 평양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셋째, 우리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에 대한 고심도 필요하다. 보혁(保革)간 의견대립이 일반화된 오늘날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국민 모두가 지지하는 대북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다원적 민주주의 원칙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최종 결심과 정치적 책임은 최고 국정책임자의 몫이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다양한 성향의 인사가 참여하여 다양한 견해를 개진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합의나 여론수렴 과정도 필요하다. 고난도 분석과 정교한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북핵문제를 목전에 두고 필요 이상의 색깔싸움이나 편가르기로 내부의 에너지를 소모해서는 안될 일이다. 끝으로, 남북교류와 대북안보라는 두 명 제간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열린’마음을 가진 국민이라면 진보든 보수든 지속적인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최대의 민족과제로 인정할 것이며, 북한을 무조건 쳐부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막힌’보수는 이미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화해협력을 추구하되 통일의 순간까지 확고한 안보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교류 정책과 대북 안보정책이 두 개의 수레바퀴가 되어 나란히 굴러가야 한다. 국방안보 종사자들에게 교류협력의 전도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시각에서 북핵문제 해법을 찾느냐 하는 것이다. 핵문제를 불문에 부치고 정부간 관계진전을 통해 합의를 양산하면 결국 핵문제도 해결된다는 ‘햇볕’논리도 있지만, 북한 정권이 핵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는 이런 논리들에 대해 충분히 고심하고 나름대로의 판단을 가지고 북핵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2. 12. 31 시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