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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공감대는 확인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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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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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개혁 공감대는 확인됐다 21세기 첫 지도자로 국민은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어려운 역경과 우여곡절의 선거 과정을 소신과 뚝심으로 견뎌내고, 유권자의 정서와 사회 저변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낸 결과다. 이미 노무현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앞으로 5년간의 한국 정치를 가늠하는 잣대로 비추어지고 있다. 당선 후 있었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한마디, 한마디가 무엇을 함의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 노동계를 포함한 모든 국민,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가들의 관심도 무척 높다. 노무현 당선자는 선거운동을 통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감지했을 것이다. 정권 인수를 준비하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이 무엇이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선거 유세기간 중 내세운 각종 공약 가운데 무엇을 먼저 실천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완급을 조정하는 기준은 여럿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로 국민의 공감대 형성 여부를 들 수 있다.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과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남남갈등이 심화하고 지역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낡은 정치의 청산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대가 공고화해 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나,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나 모두 원하고 있는 것이 정치 개혁이다. 낡은 정치의 청산 없이는 경제 정의도 사회 안정도 기대할 수 없다. 선거 막바지에 등장한 ‘안정과 불안’, ‘전쟁과 평화’의 구호처럼 이분법적 차별성과는 달리 ‘정권교체’와 ‘낡은 정치 청산’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포함관계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집합의 개념으로 보면 정권교체의 여망은 낡은 정치 청산의 부분집합인 셈이다. 즉 낡은 정치 청산의 대상에서 새천년민주당 역시 제외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국민의 뜻을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로 인식하는 것은 어리석다. 노무현 후보의 선거 홍보물에 ‘새천년민주당’의 글자를 작게 표시한 사실은 누구보다도 민주당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은 호남 정당의 틀에서 조속히 벗어나？한다. 90% 이상의 지지를 보낸 호남인들도 노무현 정부가 호남에 발목 잡혀 정국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환골탈태하여 지역 정당 구도를 타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보수 정당의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낡은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낡은 정치를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의 깊은 연구와 토론이 축적되어 있다. 이를 제도화하려는 국민의 의지는 두 달 전 국회에 제출된 중앙선관위원회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담겨져 있었으나, 몇몇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문제 삼아 여야는 정치개혁을 외면해 버렸다. 국민은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를 떠나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원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투표율이 현저히 하락한 것은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때문이다. 정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정치자금 제도의 획기적 개혁이다. 정치자금 실명제를 통해 검은 돈의 투입을 차단하고, 정치자금 수급의 투명성을 높여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면 한국 정치 발전의 90%는 이룬 것으로 봐도 좋다. 국민의 정치 개혁 요구에 부응하는 노무현 당선자의 낡은 정치 청산 의지 또한 확고하다고 믿는다. 이제 정치권의 선택만이 남았다. 지역주의에 안주하려는 정치인, 투명한 정치 과정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없는 정치인은 스스로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출처 - 한국일보 2002. 12. 2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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