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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력부터 찾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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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0 |
| 경제 동력부터 찾아라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 속에서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힘든 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여정중에 축배를 들며 지친 몸을 달래는 것은 잠시 뿐, 오늘부터 새 대통령 당선자가 걸어갈 앞길에는 어제보다 더욱 어렵고 중요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지난 97년 겨울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의 혹독한 고통을 겪은 후 여기에서 벗어나 보다 건전하고 효율적인 경제로 나아가야 하는 먼 여정을 앞두고 있다.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살피기에 앞서 잠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자. IMF 경제 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금융·기업·공공·노동에 걸친 4대 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금융부문의 경우 금융기관 자율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부실화를 막기 위한 감독기관의 규제·감독 조치도 강화됐다. 기업의 경우 과잉·중복 투자가 억제되도록 하는 한편,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시행자에 대한 처벌이 엄해졌다. 뿐만 아니라 주주 및 채권자의 이해에 반하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막기 위해 사전조정제도가 도입되고 기업간 인수·합병이 활성화됐다. 노동부문의 경우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파견법 도입 등으로 노동시장이 어느 정도 유연화됐고, 공공부문에서도 일부 공기업들이 해외에 매각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미래 성장 기반을 창출하기 위한 벤처기업 육성정책도 강력하게 추진됐다. 한·칠레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무역 개방의 정도도 크게 증가했으며 외국인 투자의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우리 경제는 IMF 위기로부터 신속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이 기업 대출로 활용되지 않고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초과 유동성이 가계부문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고, 그에 따라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기업의 인수·합병 활성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기업부문의 경쟁력과 노동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동시에 실업 증가, 고용 불안정, 빈부 격차의 확대 등 새로운 문제도 야기시켰다. 한편 해외부문에서 외국인 투자의 증가는 국가 신인도를 제고하고 주식시장 호황을 주도했지만, 금융부문의 투기와 실물부문의 불안정성 증대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이상이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신용경색과 가계대출의 급증 현상, 실업자 증대, 소비심리와 투자심리의 위축 등은 모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교육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여, 정부의 제도적 지원(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비롯한 실물부문의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공약에서 제기된 것처럼 7∼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무리한 경기 확장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시적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저물가 기조가 정착되고 성장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현 상황에서는 성장 속도보다는 성장의 질과 안정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자본의 유출입이 증대되고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으로써 경제 내외부에서 발생한 충격의 효과가 크게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경제 체질을 선제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보다도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심성 정책과 무리한 규제는 장기적 경제 발전에 해(害)가 될 수 있다. 대기업 계열분리, 집단소송제도 도입,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여러 문제는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관철시킬 사안이 아니라 각 이해 당사자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발적이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덧붙여 새로운 정부 정책에 대한 공청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잊지 말아야겠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시장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며, 임기후 한 단계 성숙한 우리 경제를 돌아보며 대통령의 퇴임을 축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2. 20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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