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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무시하는 공영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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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9 |
| 시청자 무시하는 공영방송 막강한 TV 권력에 시청자가 우롱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연일 ‘시청자의 공익성과 방송의 공공성을 위한 방송’을 한다고 스스로 외치는 공영 방송사들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칠 때는 더욱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들 말한다. 시청률을 겨냥한 엇비슷한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프라임 타임을 장악하고, 뉴스와 다큐멘터리까지 동원해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계속되는 비판 속에도 가요쇼는 건재하고, 드라마의 고무줄 편성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00년에 제정한 새 방송법에 명시된 각종 시청자주권보호 조항을 방송사들 자체가 지속적으로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지경이다. 그래서 ‘시청자주권시대’가 아닌 ‘시청자우롱시대’라는 말이 오히려 어울릴 지경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오락 프로그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개편 때마다 소리를 높이는 단골 선언이지만 항상 공염불이 되고 만다. TV는 ‘연예인 천국’이다. 집단으로 연예인들이 몰려나와 큰소리로 웃어대며, 사회자인지 출연자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갖가지 언사를 쏟아내는 난장판을 방송사마다 앞 다투어 연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앞에 시청자는 손님이 되고 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젠 뉴스 다큐멘터리까지 연예오락 프로그램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드라마 ‘장희빈’을 새로 시작한 KBS는 ‘역사스페셜’에서 지난 23일 ‘장희빈은 재벌가 딸이었다’편을 방송했으며, SBS ‘마감뉴스’는 자사 드라마 ‘별을 쏘다’ 주인공 전도연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같은 방송사의 시청자 무시 태도는 각 방송사 TV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도 잘 나타난다. 시청자들에 의한 방송 비판 또는 감시를 보장하기 위해 편성을 의무화한 이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미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내용에 대한 변명과 해명을 남발한다. 아니 요즘은 이를 넘어서 자사 프로그램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시청자의 주체적인 의견을 방송사에 적극 전달하기 위한 통로로 마련된 시청자위원회 또한 위원 구성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선거보도 양태 또한 시청자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평을 면키 어렵다. 선거보도란 우선 공정하고, 시청자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도와주는 방송이어야 한다. 방송사들은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등을 합리적으로 비교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연일 여론조사 수치를 쫓기에 바쁘다는 비판이 많다. 심지어 단정적인 표현으로 기자의 주관적 의사를 내비치는 보도까지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속보성을 좇아 후보간 형평성을 무시한 적은 없는가도 반성할 일이다. 공영방송인 MBC의 경우, 정치 뉴스 보도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과거처럼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교묘한 뉴스 기획·편집을 하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를 해야 한다. 방송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시청률 무한경쟁 또한 결국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청자를 볼모로 한 방송사 이익 챙기기에 지나지 않는다. 각 방송사들이 구호처럼 외치듯 공영성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시청률보다는 프로그램 품질을 우선하는 공익적 프로그램이 더 많이 전파를 타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공공적인 방송 모습이 아쉬운 것이다. 시청률이라는 눈앞의 수치에 이끌려 우리 방송이 하루가 다를 정도로 천박하고 저질스러워지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에 대해 방송이 진지하게 답해야 하는 시청자주권시대가 바로 이 시점임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시청률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을 통해 진정한 방송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 ‘TV 권력’은 이제 몸을 낮추고 시청자들의 말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인내에 한계를 느낀 시청자들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방송사 스스로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최창헙 (서강대 언론학 교수 / 한국방송비평회 회장) 출처 - 조선일보 2002. 11. 2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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