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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후보와 대선 변수
	2002-09-26
정몽준후보와 대선 변수 최근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섬으로써 이번 대선은 이전과 다름없이 다자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짙어졌다. 그의 등장에 따라서 정치권은 새로운 대결구도에 따른 정치적 계산과 표의 득실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또한 정 의원이 합류함으로써 이번 대통령 선거도 50% 이상을 득표하는 당선자를 내기는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서 차기 대통령의 선거 정당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 의원의 등장은 이같은 표면적인 이해관계보다 더 중대한 질문과 의미심장한 생각거리를 우리 정치에 던져주고 있다. 대통령제 정부에 대한 유명한 비판자인 후안 린츠 교수가 예리하게 지적한 바 있듯이, 대통령 선거의 결정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이른바 정치적 국외자가 손쉽게 진입하고 당선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를 한 차례 지낸 것을 제외하고는 공직경험이 전혀 없는 사실상의 정치적 국외자이고, 1990년대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돌풍을 일으켰던 로스 페로도 기업가 출신의 억만장자였다. 정 의원의 경우 4선 의원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국외자에 가깝다. 그가 요즘처럼 전국적으로 큰 지지를 얻게 된 것은 10여년간의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 때문이 아니라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6월의 전설, 붉은 악마의 신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으면서도 현역 의원들을 거느리고 있지도 않고 기성 정당의 지도자도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대선 후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적 국외자라는 특성은 정 의원에게 양날의 칼이다. 한편으로 국외자라는 특성이 그에게 커다란 잠재력과 가능성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제약과 위험요소를 던져주는 것이다. 결국 이 양날의 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의 정치적 실험의 결과가 좌우될 것이다. 먼저 정치적 국외자로서 정 의원이 갖는 잠재력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크다. 1990년대에 걸쳐서 지리멸렬한 상태로 헤매고 있던 미국의 공화당이 조지 W 부시라는 국외자를 내세워 경쟁력을 회복했듯이, 오늘날 우리 유권자들 전반에 퍼져있는 정치 염증은 역설적으로 정몽준 후보의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다. 금년 초에 노무현 후보에게 엄청난 지지가 몰렸던 데서 보는 바와 같이, 유권자들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분출할 통로로서 새로운 인물이나 정치를 고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젊을 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경력을 가진 정 의원의 잠재력은 적지 않은 것이다. 또한 기성정당이나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지내온 정 의원의 행적도 국외자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외자라는 특성은 잠재력과 아울러 커다란 제약을 담고 있다. 정치적 국외자에게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이들에게 민주정치의 절차와 원칙이 몸에 배어 있지는 않고 따라서 민주적 리더십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당한 경력을 국회에서 쌓으면서 대화와 타협이 몸에 밴 의회주의자들과 달리 국외자들은 절차를 우회해서라도 목표를 향해서 달려갈 수 있는 성향을 안고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업고 당선됐던 후지모리 대통령이 임기중에 무리한 정책추진을 통해서 큰 혼란을 야기했던 페루의 경험은 이같은 위험을 경고하는 고전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국외자들이 안고 있는 또다른 어려움은 정치엘리트들과의 관계이다. 대부분의 정치적 국외자들은 기성 정치엘리트들보다는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또한 이들의 지지를 통해서 당선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정치적 국외자가 당선된다면 실제로 그가 정부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것은 대중보다는 국회, 행정부 등에 포진하고 있는 정치엘리트들이다. 결국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 정 의원이 정치적 국외자로서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며, 아울러 정치적 국외자에게 쏟아지는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서 그의 지지율은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따라서 대선 경쟁의 양상과 구도,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장훈 (중앙대 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9. 2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