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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헌금 실명제를
	2002-09-23
정치헌금 실명제를 16대 대통령선거가 3개월도 남지 남았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깨끗한 대통령을 뽑아 그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정치개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쉬운 점의 하나는 민주화의 큰 정치적 경륜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개혁을 한 발자국도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고 앞장서야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기득권에 안주하려 하고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치개혁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것은 현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운영을 볼 때 명백하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사회적 명망가·학계·시민단체·정당대표로 구성되는 ‘정치개혁심의위원회’를 발족시켜 정치개혁 관련 법을 1년 정도 검토해 국민의 여론을 객관적으로 수렴한 정부 제출 법률안을 2004년 4월 국회의원 총선 전에 통과시켜야 정치개혁을 근본적으로 이룰 수있다고 본다. 김 대통령에게는 IMF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경제구조개혁이 중심 과제였다면 새 대통령은 단연 정치개혁이 화두가 돼야 한다는 것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출한 국민의 저력을 보며 우리 모두가 공감한 내용으로 정치권의 깊은 반성을 요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 가장 후진적인 부분이 정치이며, 이 정치가 조금만 개혁된다면 우리도 자신있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자금의 소액 다수주의, 투명성 보장과 실명제 실현에 있다고 본다. 정치인의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이 투명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의 인적사항이 공개될 때 정치인은 부패할 수 없고 정치개혁은 실현된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정치자금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200달러, 일본은 5만엔 이상이면 실명 공개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원들은 정치자금 기부자를 실명 공개한다고 할 때 누가 정치헌금을 하겠느냐고 반대하지만 바로 그 점이 개혁돼야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여야의 유·불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 정치 헌금은 소액 다수주의가 원칙으로서 그래야만 정치인이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공정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고, 또한 정치인은 검은 돈이 아닌 마땅히 명분있는 공개된 돈을 정치자금으로 받아야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100만원 이상 정치 헌금자는 반드시 실명 공개돼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안 되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한탕주의 대권 쟁취에 혈안이 되는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선거개혁방안 중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방송매체 중심의 선거공영제 이외에 정치자금실명제가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정치자금 실명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바로 이번 대선에서부터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깨끗한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그러한 대통령이야말로 정치개혁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봐도 이제는 대통령 후보들이 돈으로 당선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정치자금 실명제의 정치개혁을 지지할 것을 기대한다. 사실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의 국민경선제 도입과 개혁적 이미지로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는 후보였지만, 후보가 된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존하는 등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했기 때문에 인기가 추락하였다. 이제라도 정치자금실명제를 중심으로 한 진정한 정치개혁의 화두를 가지고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후보가 될 것이다. 정몽준 의원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의 인기가 상승하는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무언가 월드컵 4강 신화 같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 의원도 정치개혁을 화두로 하고 경제구조 조정도 하겠다는 정책·공약을 개발해야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이미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 정치자금 투명성 보장을 말하고 있으나 미흡한 것이고 대선 전에 실명제를 실천해야 진정한 부패 청산자로 자임할 수 있다. 주위의 국회의원들이 대권을 다 잡은 양 실명제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것을 단호히 뿌리쳐 정치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관희 (경찰대 헌법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2. 9. 2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