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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적' 청문회 만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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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2 |
| '사회통합적' 청문회 만들자 언론학에서는 언론이 '정보 전달''오락 제공''사회 조절' 및 '사회 통합'의 4대 주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언론은 이들 가운데 '사회통합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사회통합 기능이란 사회가 극단적인 대립구조로 가는 것을 막고 화합을 이루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작금에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몇 가지 사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장대환 총리서리 인준안 부결''김정길 법무부장관 해임안''이회창씨 아들 병역 문제'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사안을 보도하는 데 있어 우리 언론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 하기보다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이나 입장을 언론사 나름의 판단이나 평가 없이 그대로 중계 보도하고 있다. 나아가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대립구조'의 시각에서 보도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정치적 사안으로서, 언론은 자연스럽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지난주에 열린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중앙일보는 8월 26일과 27일에 걸친 인사청문회와 28일의 국회 본회의 인준안 부결, 그리고 이후의 파장에 대해 연일 1면에 비중있게 다뤘다. 이 중 26일자 3면에 총리서리 인사청문회의 예상 쟁점을 도표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것은 독자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27일자 3면에 인사청문회 첫날 제기된 의혹들을 쟁점별로 요약한 것도 좋았다. 인준안이 부결된 후에도 중앙일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신문은 표결 결과를 분석해 각 정당의 대응 및 향후 전개될 대립 구도를 상세히 보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보도 방식으로는 독자들이 청문회가 왜 필요한지, 청문회를 통해 과연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지면에서는 단지 총리서리를 둘러싼 대립적 쟁점들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무엇보다 총리로서 지녀야 할 전문성이나 업무수행 능력을 가늠해야 한다. 그리고 주요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물어 총리직 수행 시에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 그 방향성을 예측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언론들은 이런 점에 대해선 별반 주목하지 않았다. 오로지 장대환씨가 관련된 부정적 사실들을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이같은 폭로와 비난의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이 져야 한다. 하지만 폭로 내용들이 과연 진실인지를 추적하지 않고 여야의 대립적 상황을 그대로 중계한 언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주 중앙의 지면을 보면 '서울.제주 등 전국에 부동산 9건''부인 소유 건물 임대료 축소 논란'(26일자 3면) '임야.아파트 등 세금 탈루 의혹''법 위반자가 법 집행할 수 있나''자질 시비 번져'(27일자 3면) 등에서 보듯 투기 의혹이나 탈루 의혹 등 장대환씨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도덕성 중심의 문제 제기는 청문회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즉 청문회가 총리로서의 자질을 시험해 보는 자리가 아니라 범법 사항들을 추궁하는 자리가 돼버린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보도는 사안의 본질 파악에 미진한 채 사회의 대립구조만 양산하는 양태이며, 언론의 주요 기능인 '사회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부족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청문회의 기본적 목적을 되새기면서 단순한 중계보도보다 사회통합적 시각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白善璣 (성균관대 교수 신문방송학) 출처 - 중앙일보 2002. 9. 2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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