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여성 | |
2002-07-24 | |
과학기술과 여성 일전에 어떤 모임에서 과학 인재난이 화두로 떠올랐다. 요즘 우리나라 과학 기술계 사람들이 만나면 대학입시에서 이공계 지원자들이 줄어드는 현상을 놓고 한탄한다고한다. 그 탄식을 집약하는 표현이 이렇게 나왔다. “과학논리 위에 경제논리가 있고, 경제논리 위에 정치논리가 앉아 있다. 그런데 정치논리를 지배하는 것이 국민정서다.” 언뜻 들으면 웃기는 얘기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구석이 있는 말이다. 중국에서 과학자들이 정치적으로 우대받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중국이 무섭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그 권력의 핵심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공부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장쩌민 국가주석, 주릉지 총리가 그렇고, 제4세대 지도자로 낙점되었다는 후진타오도 대학에서 유체역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엔지니어가 정치권력을 장악한다고 나라가 잘되란 법은 없다. 그러나 정치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과학기술에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40년 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뉴프런티어의 비전을 제시하며 우주항공과학에 쏟았던 투자효과가 그후 미국의 국력신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저께 국가 과학기술 위원회 제10차 회의가 열렸다.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형식상으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대단한 셈이다. 회의결과가 보고형식으로 과학기술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청소년의 이공계 진학 유도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소개되고 있다. 병역특혜, 과학 교과과정의 개선, 사회진출 후의 직업 보장, 연구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등 다양하다.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으면 이공계 출신에 대한 공직진출 기회의 우대를 제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 눈에 띌 만한 정책 아이디어는 여성의 이공계 진출을 장려하는 방안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과학기술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 여성의 이공계 전공을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해주는 것도 좋은 정책방향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때 여성은 과학기술에 맞지 않다며 기피하는 풍조가 있었지만 잘못된 선입견이다. 이렇게 이공계 전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때 오히려 과학기술을 공부한 여성들이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sjkim@hk.co.kr 출처 - 한국일보 2002. 7. 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