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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의 의미와 교훈
2002-07-05
서해교전의 의미와 교훈 북한은 6월 29일 아침 가장 북한다운 방식으로 남녘의 형제자매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땀흘려 벌였던 잔치 판의 피날레를 장식해 주었다. 모처럼 평화와 낙관주의의 꿈에 빠져있을 때 총성과 유혈의 선물보따리를 안겨준 것이다. 그동안 우리정부가 지속적 경제지원과 유화정책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끝나 가는 잔칫상을 뒤엎는 식의 공공연한 폭력도발을 감행한 것은 남한측의 유약한 군사적, 비군사적 대응태세에 대한 경시, 강력한 응징이나 보복공격 가능성이 없으리라는 판단에서 나온 고도의 전략, 전술적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즉 남측이 온갖 평화정책과 포용정책을 동원하고 인도적 명분 하에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하고 무리한 통일정책을 수용하여 입지와 위상을 세워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아니하고 50여년 간 견지해온 대남 전략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만을 기다려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측의 북방정책이나 대북 자세의 어떤 면이 도발과 연관되어 있는가를 살펴보자. 첫째, 우리측의 북한정책이나 통일 정책은 우리민족이나 국가의 장래나 발전, 인간으로서의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나 수단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그 자체가 절대적인 목표 내지 이데올로기화되어 있어 북측의 오판 내지 모험적인 도발을 유발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하여 왔다. 우리의 통일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는 아니다. 그것이 남과 북의 공멸이나 빈곤상태로의 후퇴를 초래하고 우리가 땀흘려 이룩한 경제 사회적 성과나 기반을 붕괴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선택할 대안이 아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어떤 체제나 어떤 이념이라도 희생할 수 있다는 사고는 북방정책의 정통성을 훼손할 것이며, 북의 대남 전략 수정이나 평화지향적 변화의 가능성을 없애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 통일에 관한 분명한 입장이나 가치관의 부재가 실질적 ‘적’을 ‘적’으로 명시하지 못하게 하고 ‘적’의 선제 공격에 전혀 대응할 수 없는 ‘식물군대’를 양산해 내고 있다. 연방국가의 이데올로기나 체제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국 이체제니 낮은 단계의 연방제니 하는 식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햇볕정책 중심의 북방정책 기조가 불변의 성역화 된다면 안보체제의 취약성은 불가피하다. 셋째, 우리 사회내부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통일지상론, 그 신봉세력의 활발한 조직화와 연대화,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정서, 북한체제의 본질과 실체에 대한 무지, 사회전반의 반전`평화무드, 정부의 대북평화추구와 유화정책, 원칙과 기준 없는 남북교류의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북측은 이제 남한의 대북 경계심이나 태세가 와해 내지 해체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더욱이 정부당국자나 일부정치 집단이 나서서 남북 간에 문제가 생기면 북한측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북한측의 선의나 사태의 우발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측의 심기를 자상하게 배려해 주는 상황에서 북한측이 보다 과감한 대남 공세에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넷째, 현정권의 기반침하와 탈북자의 급증이라는 시점에 북한내 내부단속과 북한 군부의 사기 진작, 북미회담에서의 주도권 확보 등을 모색하기 위해 비교적 큰 군사`정치적 부담이 없는 국지적 도발을 자행한 측면이 있다. 대규모의 치명적 보복 공격의 가능성이 없을 것이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남의 집권당이나 야당이 쓸 수 있는 선택의 대안도 없을 것이란 예상 하에 서해도발이란 다목적 카드를 자기 나름대로는 적절한 시점이라 판단하고 행사한 것이다. 과거의 예로 볼 때 북한은 1`21사태, 푸에블로호 사건, 울진`삼척공비침투, 문세광 사건, 아웅산 사건, KAL기 폭파, 서해해전 등 온갖 도발을 자행했어도 적당한 시기에 평화공세를 취하면 남측에서는 감지덕지 제안을 이의 없이 수용했던 전례가 있는 터에 남측의 대선까지의 5,6개월 동안에 체제단속도 하면서 차기정권과의 새로운 게임을 위한 준비기간을 가질 필요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레임덕에 허덕이는 한국정부와의 실익 없는 협력에 기대는 것보다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저들이 내세우는 소위 ‘강성대국’의 위상에도 걸맞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강력한 대북대응조치의 강구와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입장표명은 소홀히 한 채 햇볕정책의 유지에만 집착하는 일부 정치권의 자세를 보면 착잡한 마음뿐이다. 평화공세에도 도발에도 주체성 없이 끌려만 다니는 나약한 국가는 월드컵 때 젊은이들이 소리 높여 부르던 대한민국과는 너무나 다르다. 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쓰라린 경험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20세기의 역사적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평화를 구걸한 뮌헨회담은 나치 독일의 오스트리아와 체코병합을 초래하였고, 폴란드의 분활 점령에 현혹되어 독.소 불가침 조약을 체결했던 소련은 결국 나치독일의 전면적 침공을 당했다. 파리 평화회담은 월남의 패망을 앞당겼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하며 2차대전후 공산당과의 통일전선정부를 수립하였던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 결국 공산화되고만 역사의 교훈을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여 구걸하거나 금전이나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고 매수한 평화는 평화의 환상일 뿐이며 “전쟁의 억지력만이 평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담보”라는 E. Fromm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 햇볕정책의 기본취지나 목적은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편타당성이 있겠으나 그 전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족의 번영이란 목적에 부합하는가의 여부이다. 이제 햇볕정책은 뿌리 있는 햇볕정책, 그 성과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햇볕정책, 북한의 일부집단이나 계층이 아니라 전체주민들을 비춰줄 수 있는 햇볕정책, 힘의 균형이 기반이 된 햇볕정책, 민족의 번영과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햇볕정책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햇볕정책은 우리경제, 사회의 지속적 번영, 북한의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서의 복귀, 정상화를 통한 다변화된 국제공조적 포용정책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해사태는 더 큰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홍재영 (자유기업원 연구위원, cyhong@cfe.org) 출처 - 자유기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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