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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뢰회복의 마지막 기회
2002-06-27
검찰 신뢰회복의 마지막 기회 2002 한·일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검찰은 묵묵히 부패척결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김홍업씨의 구속으로 그와 관련된 비리의혹들의 실체가 곧 벗겨질 전망이다. 하지만 권력형비리 척결에 검찰이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기 때문에 검찰은 참으로 소중한 부분들을 잃어버렸다. 국민의 신뢰 상실은 물론,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찰의 명예와 법집행기관으로서의 권위까지 손상을 입었다. 그것이 누적되면서 검찰의 본의와는 달리 권력의 도덕성과 안정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힌 꼴이 됐다. 그 원인이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에 있다고 보고, 그동안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독립성을 위한 제도개혁안이 검찰 안팎에서 다양하게 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검찰 스스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고자 하는 의지이다. 국민 곁으로 다가가려는 의지가 있을 때 검찰 스스로 겸허한 마음으로 제도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홍업씨 구속을 발단으로 검찰이 또 한번 내홍을 치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검찰 고위간부가 직접 비리에 연루됐거나 직권을 남용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의혹들이 홍업씨 비리의혹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홍업씨 비리의혹에 검찰 고위간부는 물론, 청와대·국세청·금감원·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 등 국가 공적기관의 고위인사들까지 연루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홍업씨가 검찰수사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사안은 이재관 전 세한그룹 부회장에 대한 서울지검 외사부의 무역금융사건, 수원지검 M주택 수사, 울산지검 P건설 내사 등이다. 여기에 홍업씨의 측근인 김성환씨와 이거성씨 등이 홍업씨를 등에 업고 사건의 무마청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 검찰간부에 대한 수사무마 청탁의혹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은 예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니 잘한 일이다. 하지만 홍업씨 비리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세청 등의 간부 연루사실을 파헤쳐야 하는 검찰로서는 먼저 사정의 칼을 검찰 내부로 엄격하게 뽑아들지 않고는 권위가 서지 않을 것이다. 차제에 홍업씨 비리의혹 말고 검찰 고위간부가 연루된 다른 검찰내부 비리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엄정한 자세로 정죄를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경기도 부천 범박동 재개발비리사건에 검찰간부의 로비주선설, 경기 분당의 파크뷰 특혜분양사건의 검찰간부 비호설, 부패방지위가 고발한 전 검찰 고위간부의 수뢰의혹사건, 김대웅 광주고검장의 수사기밀 유출혐의도 미지근하게 처리하고 넘어갈 일들이 아니다. 투명한 사회, 부패 없는 국가를 세우자면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자신의 조직을 비리 없는 건강한 조직으로 세워나가야 한다. 비리·부패를 척결하려면 성역 없는 수사관행이 확립돼야 한다. 상징적 효과가 더욱 큰 사회지도층, 고위공직자,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권력층의 비리에 대해 단호한 척결의지를 보여줄 때 사회전반에 기강이 바로 설 수 있다. 만에 하나 검찰 스스로 조직 이기주의에 흐른 나머지 조직 내부를 성역화하고 자신의 썩은 부분에 대한 척결에는 미온적이라면 성역 없는 수사는 곧 빈말이 되고 말 것이다. 최근 들어 검찰이 권력비리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결연한 의지와 몸가짐은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품어왔던 검찰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킬 만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 앞에 놓여 있는 현안들의 처리가 중요하다. 자기 갱신을 위해 검찰 스스로 내부의 비리를 도려내는 아픔을 선택할 때 떠났던 국민의 신뢰는 돌아오고 검찰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는 위기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4강 진출 하나만으로 일류국가의 꿈은 이뤄질 수 없다. 각계각층에서 태극전사들과 같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랑스러운 우리 검찰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검찰의 분발을 촉구한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법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6. 27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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