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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내분과 한국정치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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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0 |
| 민주당내분과 한국정치 한계 6.13지방선거 참패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가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통해 노무현 후보를 재신임하고, 노 후보가 제안한 '8.8 재보궐선거 이후 재경선'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당 내분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하지만 당내 불만은 여전하고, 향후 재경선의 가능성은 계속 남아 있다. 이번 내분 사태가 어떻게 결말지어질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나 이미 그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몇가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바로 비과학적 사고의 난무와 정당의 비제도화된 모습이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다. 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대한 체계적인 설문조사와 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과 언론 모두가 자기 편리한 대로 결과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과학적인 분석도 없이, 노 후보가 이번 선거결과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는 선거 예측을 위해 시행된 단순한 여론조사 결과 가지고는 도저히 알아내기 힘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유권자의 50%가 불참한 상태에서 지역의 일꾼을 뽑기 위해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를 유권자 80∼90%의 참여가 예상되는 국가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 결과와 아무런 고민 없이 연결짓는 용감성도 이해하기 힘들다. 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 패배의 상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 없이 유권자의 '의지'를 앞세워 노무현 필패론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태도이다. 이번 사태가 드러낸 한국 정치의 또다른 단면은 저조한 정당 제도화 수준이다. 선거 이후 노 후보가 당내에서 이토록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이번에 새로 도입된 국민경선제를 통해 후보로 선출되었다는 데에 있다. 국민경선제는 노 후보의 돌풍과 승리를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그의 취약한 당내 기반까지 치유해 주지는 못했다. 국민경선제의 내재적 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경선제를 없애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국민경선제와 그것이 내포하는 민주적 후보선출 과정의 도입이 한국 정당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미 선출이 확정된 후보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된다는 것은 이 새로운 제도의 정착과 제도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당적 탈퇴나 당권-대권 분리와 같은 최근의 정당개혁 움직임이 과연 한국정당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되짚어 볼 일이다. 대통령의 당적 탈퇴는 현대 민주정치의 원칙인 '책임정당 정부'의 구현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당의 약화를 가져온다. 비슷한 맥락에서 당권-대권 분리도 정당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일견 당내 민주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단지 우두머리를 하나에서 둘로 늘리는 것이 민주화는 아니다. 오히려 당내 분열과 정당의 약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정당 연구의 원조격인 한 학자가 이미 간파한 바와 같이, 정당 없이는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 한국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당의 강화와 제도화이다. 김 욱 (배재대교수.정치외교학) 출처 - 세계일보 2002. 6. 20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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