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보호법 따로 만들자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와 사용금액 소득공제 제도의 시행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발급된 신용카드는 9600만장으로 1인당 2장 이상을 갖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 실적은 무려 156조원에 이르며, 그 65%가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이다.

신용카드 빚 때문에 여대생이 자살하는가 하면, 애꿎은 여자를 살해하는 등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신용카드의 마구잡이 발급으로 현재 청소년 신용 불량자가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 신용카드 범죄도 급증해 지난해 3000건에 이르고 피해액도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올 1분기에 LG·삼성·비씨 등 7개 신용카드사의 수익은 6600억원대에 이르고, 대기업체들이 신용카드업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신용카드에 관한 법률은 1987년 5월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된 후 일부 개정을 거쳐 시행돼 오다가 97년 8월 신용카드업도 할부금융업 등과 같이 수신기능 없이 여신 업무만 취급한다는 이유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포함돼 1998년부터 운용돼 오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업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흡수돼 시행된 지 5년이 지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폐해가 심각하고, 현금 서비스 비율이 너무 높으며, 연체율이 7.4%이고 가계 부채 대비 19.7%나 돼 가계 파산이 속출할 염려가 된다. 카드업자는 엄청나게 수익을 얻고도 1.5~4.5%인 각종 수수료를 내리지 않고 있으며, 신용카드 범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일반 형법보다 형량이 낮다는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처럼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에는 부모 등의 동의를 요하도록 하고, 현금서비스 비율을 낮추며, 연체율을 적게 하는 대책을 강구해 신용 불량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용카드 업자가 수수료를 더 낮추고, 수수료를 담합한 경우 불공정 행위로 간주, 과징금을 물리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 범죄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형법상 범죄와 균형을 맞춰 개정해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 부정사용이나 위·변조죄는 형법상 사기죄와 유가증권 위조죄와 같이 10년 이하 징역으로, 허위 매출 전표 작성은 형법상 사문서위조와 같이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신용카드 업자는 소비자에게 계약 체결 전에 충분히 고지 의무를 다하는 등 소비자 보호규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신용카드에 관한 현행 법률 체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할부 거래에 관한 법률, 소비자보호법 등으로 분산돼 있다. 지난 2월 말 단편적으로 일부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법률 정부안이 국회 심의 중에 의원제안 법률안과 조정돼 재정경제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됐다. 현재 그 법률 시행을 위한 여신 전문 금융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돼 있다.

오늘날 신용카드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므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따로 떼어 집중적인 방식을 채택해 알기 쉽고 올바른 신용카드 법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하겠다. 선진 각국의 입법례를 참고하고 신용카드에 관련된 모든 법규정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후, 우리 실정에 맞는 신용카드보호법을 제정해 신용사회를 정착시키고 선진 경제질서를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 朴珠煥/ 변호사·전 법제처장 )
출처 - 조선일보 2002. 5. 2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