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행복과 경쟁력

21세기 급변하는 사회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화된 여성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세계화에 대비한 여성의 사회 참여 요구도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변화무쌍하고 스피드한 미래사회에 적응하려면 여성들도 이에 맞춰 실력을 기르고 빠른 속도로 의식을 변화시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상대적인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경쟁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전문영역 외에 컴퓨터, 영어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통한 끊임없는 경쟁속에 시달리고 있다.

21세기의 여성은 기본역할 자체가 늘어나 가정에서는 어머니 아내 자녀로서, 그리고 사회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사회는 여성들에게 더욱 다기능화된 역량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여성들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이러한 압박 속에서 행복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전문비서를 위한 국제회의 및 실무영어교육을 담당하면서 종종 4학년 학생들의 취업대비를 위한 영어 워크숍과 모의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는 경험이 있다. 이러한 인터뷰 과정은 4년 내내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기 전에 마지막 점검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은 순서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일지라도 인터뷰 기간 동안 불안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자신감있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실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담당 교수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대부분 학생들이 영어를 10년 이상 공부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러번 안타까운 경험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해답은 아무리 사회가 급변하고 경쟁력의 함양이 강조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의식의 변화이다.

모든 여성들이 가장 보람되게 삶을 누리는 방법은 자기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단순한 진리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진정한 행복이란 자기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며 본인이 보람되고 즐겁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행복을 위한 전제는 많은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내면으로 감사하고 행복하게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영어 공부하는 것이 꼭 사회의 성공과 결부된다면 기왕이면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정복하면 공부하는 시간도 유용하고 실력도 갖추게 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최근에 와서야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2년 전 미국 뉴욕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던 딸이 교통사고로 학기중 급하게 휴직을 하면서 최근까지 계속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에 의식을 변화하고 나서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딸의 교통사고는 나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계기를 안겨 주었다.

모든 여건이 좋았을 때도 대학교수로서의 삶이 나에게 진정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으나 최근에 와서야 더 많은 은혜를 체험하면서 이제는 교수로서 제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시간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여성의 시대를 맞이하여 21세기 여성의 역할을 논하기 전에 여성으로서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아 사회와 이웃에 행복을 전파하면 어떨까.

황혜진 (이화여대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2. 5. 21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