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지금까지 역사박물관이 없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민족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내일 서울시에서 서울역사박물관을 경희궁터에 개관하게 됐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필자는 개관준비위원으로서 서울시에서 새로 개관하는 박물관을 역사박물관으로 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학교에서 국사교육을 등한시하다 보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 이들에게 서울 역사박물관은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수도에는 이미 역사박물관이 설립돼 시민들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다. 그러니 서울에도 역사박물관을 만들어 평생 역사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특히 서울의 현재와 가까운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장도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역사학자를 선임하도록 권했다.
지금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책을 통해서 시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역사박물관의 전시 내용을 통해 일반인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학습열기가 높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통해 역사의식을 함양시키는 데는 역사교육보다 좋은 것이 없다.
현재의 역사박물관은 물론 처음 시작하는 터라 만족할 만큼 유물을 수집하지 못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한다면 훌륭한 역사박물관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역사박물관이 훌륭한 교육박물관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물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자료와 문화 교양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일반시민의 평생교육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강북에는 역사유적이 많다. 궁궐 도성 종묘 사직 관아 성문 궁문 등의 고건축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기왕 서울 역사박물관이 개관되는 마당에 이러한 조선시대 유적들과 연계해서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일종의 문화벨트를 조성해 내·외국인이 폭넓게 서울의 문화관광 패키지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수립됐으면 한다.
또한 신설되는 박물관이므로 최신의 전시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컴퓨터통신 기술(IT)이 발달하여 이러한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전시에 필요한 내용들을 가공해서 전시물에 대한 해설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신기술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설명문 도표 분류는 물론, 동영상으로 전시물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민 전체의 박물관이다. 그러므로 서울역사박물관을 시민의 손으로 함께 가꿔야 한다.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시민은 박물관에 기증해 귀중한 문화유산을 전 시민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게 해야 한다. 서울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성장하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됐으면 한다.
우리 역사를 대중화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박물관이 돼야 할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통해 창의적인 우리만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세계의 박물관과 겨뤄 부끄러움 없는 박물관이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나서자.
'박물관 문화' 갈고 닦자
한국에는 지금까지 역사박물관이 없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민족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내일 서울시에서 서울역사박물관을 경희궁터에 개관하게 됐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필자는 개관준비위원으로서 서울시에서 새로 개관하는 박물관을 역사박물관으로 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학교에서 국사교육을 등한시하다 보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 이들에게 서울 역사박물관은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수도에는 이미 역사박물관이 설립돼 시민들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다. 그러니 서울에도 역사박물관을 만들어 평생 역사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특히 서울의 현재와 가까운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장도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역사학자를 선임하도록 권했다.
지금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책을 통해서 시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역사박물관의 전시 내용을 통해 일반인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학습열기가 높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통해 역사의식을 함양시키는 데는 역사교육보다 좋은 것이 없다.
현재의 역사박물관은 물론 처음 시작하는 터라 만족할 만큼 유물을 수집하지 못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한다면 훌륭한 역사박물관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역사박물관이 훌륭한 교육박물관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물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자료와 문화 교양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일반시민의 평생교육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강북에는 역사유적이 많다. 궁궐 도성 종묘 사직 관아 성문 궁문 등의 고건축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기왕 서울 역사박물관이 개관되는 마당에 이러한 조선시대 유적들과 연계해서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일종의 문화벨트를 조성해 내·외국인이 폭넓게 서울의 문화관광 패키지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수립됐으면 한다.
또한 신설되는 박물관이므로 최신의 전시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컴퓨터통신 기술(IT)이 발달하여 이러한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전시에 필요한 내용들을 가공해서 전시물에 대한 해설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신기술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설명문 도표 분류는 물론, 동영상으로 전시물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민 전체의 박물관이다. 그러므로 서울역사박물관을 시민의 손으로 함께 가꿔야 한다.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시민은 박물관에 기증해 귀중한 문화유산을 전 시민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게 해야 한다. 서울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성장하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됐으면 한다.
우리 역사를 대중화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박물관이 돼야 할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통해 창의적인 우리만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세계의 박물관과 겨뤄 부끄러움 없는 박물관이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나서자.
( 이성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
출처 - 조선일보 2002. 5. 2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