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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반토막'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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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
| 스크린쿼터 '반토막' 안된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가 ‘스크린쿼터 사수 및 한미 FTA 저지를 위한 146일 장외 철야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6일 오후 2시4분,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한국 시나리오 작가협회 유동훈 이사장, 협회 내 농성장에서 4일째 단식 농성 중. 현장 격려 요망!’ 총론적으로 스크린쿼터(이하 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게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운동에 적극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서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도대체 무엇이 60대 중반의 그 ‘어른’에게 ‘단식 농성’이란 극단의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일까? 그간 영화계에 주어졌다는 일종의 ‘특혜’를 포기할 수 없어서일까. 정말이지 집단이기주의적 사고로서 영화계 고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아무리 비판적, 혹은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더라도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의 영욕을 몸소 체험해온 그들이 자신의 전부를 걸고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어떤 대의(大義), 제1차 대전 이후 줄곧 세계 영화 산업을 장악해온 할리우드라는 거인으로부터 소년 다윗을 보호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같은 것 때문일 게다. 이쯤에서 근본적 질문을 던져보자. 쿼터 축소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영화계가 다른 분야에는 부재해온 특혜를 받아왔으며 각별한 보호를 받아왔는가. 혹 정도의 차이는 있어 왔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진흥위원회를 축으로 DJ 정권 이래 지금껏 지속되어온 일련의 크고 작은 지원들을 특혜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국 영화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어찌 과연 ‘특혜’일까. 특혜란 타당성이 전혀 없는데도 불법적·맹목적으로 지원 받을 때 동원해야 하는 어휘다. 단언컨대 한국 영화계는 그런 부당한 특혜를 누린 적이 없다. ‘쉬리’(1999)의 기념비적 대성공을 계기로 본격 조성된 한국 영화의 호황은 정부의 지원과 쿼터제 등을 토대 삼아, 투자·제작·배급·상영 등 영화 산업 전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영화 환경, 그리고 90년대 초반 팝송보다 한국대중음악을 선호하게 된 우리 대중의 전폭적 성원 등이 상호 작용해 일궈낸 소중한 산물이다. 그 산물의 또 다른 주요 초석이 쿼터제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전히 유의미한 ‘작은 영화들’이 홀대받는 등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쿼터제가 한국 영화의 ‘종(種) 다양성’ 제고에 기여한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드보이’나 ‘왕의 남자’처럼 과거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일련의 용감한 우리 영화들이 빛을 보고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쿼터와 무관하진 않다. 상황이 이런데 특혜 운운하며 그 산물의 가치를 폄하시키려는 것인지 진정 안타깝다. “벤츠 타고 시위 현장에 나타난다”는 일부 스타들에 대한 비판·불만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무심함이 아쉬워 탓할 순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때문에 쿼터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무시하려는 감정적 처사를 현명한 언행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쿼터제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금까지처럼 유지되어야 한다거나 완전무결하다고 우기려는 건 아니다. 쿼터 축소 반대 진영은 당연히 다양한 비판을 겸허히 경청해야 한다. 요점은 지금처럼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나서서 사태를 풀어야 할 쪽은 정부와 미국 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7일 오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46일의 현 쿼터 일수를 그 절반인 73일로 줄이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 짓는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를 그 핵심 기치로 내세워온 정권이 이토록 ‘비민주적’이어도 되는 것일까. 전찬일 (영화평론가·숙명여대 겸임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6. 3. 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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