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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몰이식 주택정책
	2006-02-15
여론몰이식 주택정책 지난 2년여 동안 참여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값은 오 히려 상승했고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수많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효과가 없었 던 것은 시장 요구를 외면한 여론몰이식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격 탓이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이 집값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강남 아파 트값이 집중적으로 오른 것은 국지적 수급 괴리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서울 전체의 아파트 재고는 20.3% 증가했지만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재고는 2.8% 감소했다. 또한 94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시 취업자 순증가분의 61%가 강 남 3구에 집중된 반면 이 지역 아파트 재고 증가분은 서울 전체 증가분의 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 아파트값이 오른 건 당연하다. 가게에 물건이 넘쳐나도 정 작 손님들이 찾는 특정 제품이 모자라면 값이 오르는 이치와 같다. 주택 양극화 문제도 원인은 분명하다. 소득이 늘고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보다 널찍하고 주변 환경이 좋은 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정 부의 공급 정책은 신규 건설 주택의 60% 이상을 70년대에 정해진 국민주택 규 모(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으로 짓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형 공 급이 부족한 데다 1가구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결과 소형 아 파트는 매물이 늘어 가격이 떨어진 반면 상대적으로 희소한 중대형 아파트값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강남지역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 일한 수단인 재건축을 투기의 진원으로 지목해 억제해 왔다. 후분양, 평형 규 제, 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기반시설부담금 등이 최근 몇 년 동안 쏟아진 규제 다. 그러나 잠시 주춤했다가 빌미만 생기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었을 뿐 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유리한 대안을 찾기 마련이다. 주택 보 유, 양도, 거래 단계에 걸친 철저한 과세는 주택거래 위축을 초래했다. 보유세 를 피하기 위해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더 작은 집을 사려 해도 거 래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많다. 정부 기대처럼 강남 집값이 쉽게 내리지 않은 이유다. 이쯤에서 정부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주택정책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주거 수준과 만족 도를 높이는 일이고, 또 하나는 시장에서 소외된 국민들에게 일정 수준의 주거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이다. 후자를 위해서는 참여정부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지만 전자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강남 집값 안정을 위한 수많은 대책 중에서 강남 아파트, 특히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에 기여한 정 책은 없었다. 강남 근처인 송파신도시 개발 계획이 얼마간 도움이 될 뿐이다. 시장경제에서 정부 정책의 효과는 각자 제 살 궁리를 하는 경제주체들이 정책 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도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며 국민의 98%를 위한 정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재건축 외에 강남지역의 아파트 공급을 늘릴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 개발이익 환수나 추가 규제는 자제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재건축을 억제하면 할수록 강남 아파트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물론 규제를 풀면 당장은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그러나 규제를 강화해도 효 과가 잠시뿐이라는 걸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도로교통 혼잡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건설이 필요하다면 공사기 간에 일어날 일시적 불편과 혼잡을 견뎌내자고 설득해야 한다. 경직적인 평형 규제도 재고할 때다. 주택건설업자가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많은 곳에 소형 아 파트를 지으면 망한다. 기업의 사활을 걸고 소비자 마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주택사업자들보다 공무원들이 주택시장 흐름을 더 잘 알기도 어렵지만 잘못된 정책 판단에 따른 사회적 낭비에 대해 책임질 방법이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주택가격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었고 우리 정부의 정책대응 이 유별났을 뿐이다. 강남에서 눈을 돌려 정부 개입이 정말 필요한 곳에 역량 을 모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6. 2. 1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