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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형 사립고,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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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0 |
| 자립형 사립고,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지난달 31일 이명박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강남·북 간의 교육환경 격차를 해소하고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8년까지 자립형사립고(자사고) 3곳을 강북 뉴타운 지역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채 열흘도 안된 지난 8일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자사고 제도의 시범운영 기간을 3년 더 연장해 2009년 2월까지 현재대로 운영할 뜻을 밝혀 자사고 설립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교육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세로 비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개정 사립학교법 문제를 놓고 사학계와 종교계가 거센 반발을 하고 있을 때 보완책으로 20개 정도의 자사고를 늘리겠다던 교육부총리의 입장이 이제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고교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자사고는 현재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비롯해 전국 6개 고등학교에서 시범 운영중이다. 출범 때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자사고 설립 문제는 그 실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교육정책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열린우리당, 전교조,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자사고의 귀족학교화·대입기관화·고교서열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과 경제계 및 일부 언론에서는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사립학교들의 학생선발권, 평준화 교육의 보완적 측면에서 이 제도의 확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자립형사립고 제도협의회’가 시범운영 기간 연장이란 어정쩡한 건의안을 내놓을 것이란 이야기가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무려 3년 간에 걸친 시범학교를 관찰하고 그 효과를 분석했다면 ‘자사고 제도협의회’는 이 시점에 분명한 의견 제시가 있어야 했다.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고 있는 제도가 우리 고등학교 현장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만약 역기능적 요소가 드러났다면 그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지난 3년여에 걸친 시범을 통해 얻어내지 못한 결론이라면 앞으로 2009년까지 그 시범기간을 연장한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정말로 신중한 제도의 검토가 필요해서라면 이제라도 그 시범 대상 학교를 확대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시범 대상 학교는 현재의 6개교로 한정하고 기간만 3년 더 연장하겠다는 발상은 뜨거운 감자가 식기만을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무엇인가. 교육정책을 세우고 집행함에 있어서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그 어느 경우에도 모든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기에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는 타당한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가 내놓은 2006년 교육 주요업무 계획은 지역간·소득계층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여러 면에서 시의적절한 내용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와 함께 평준화 제도 아래에서의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인문계 고등학교의 59.05%가 평준화 대상이고 전체 고등학생의 73.26%가 평준화 학교에 다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학군별·학교별 학력 격차의 벽을 넘어서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도 마땅히 고려돼야 한다. 앞으로 8조원이란 엄청난 정부 재원을 투자해 추진하겠다는 교육부의 야심찬 교육 격차 해소 계획이 평준화고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싼 등록금을 스스로 부담하겠다는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가로막을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오성삼 (건국사대부고 교장, 건국대 교수·교육학) 출처 - 문화일보 2006. 2. 10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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