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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정책 총체적 전환 불가피하다
2006-01-26
對北정책 총체적 전환 불가피하다 북한의 달러 위조에 대한 금융제재를 놓고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북한의 불법금융 및 테러자금 거래 방지를 위해 미국이 한국정부에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했는지와 외교통상부가 그 사실을 ‘숨겼는지’의 도덕성 문제로 나타나고 있으나, 문제의 본질은 그렇게 지엽적인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이 ‘당국’ 차원에서 달러 위조 등 범죄행위를 자행해왔다는 점이며, 이를 제재하는 것이 한미의 주요 공동 관심사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이제 한국 정부도 ‘민족’ ‘화해·협력’ 등을 구실로 북한 ‘감싸기’나 ‘눈치보기’에 바빴던 종래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최근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개혁·개방을 구실 삼아 중국의 협조를 얻어 미국의 금융제재·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제 달러의 대북 유입 통제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압박 수단으로 떠올랐다. “돈줄을 죈다면 김정일 정권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가설이 입증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과거 1960~80년대 남북 공존을 추구하던 시절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핵개발 굳히기, 인권 유린, 수백만의 아사, 그리고 각종 범죄행위로 인해 김정일 정권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이자 ‘불량국가’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국제사회에서 ‘체제 교체’ 대상으로까지 지목된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초 한반도 정세의 큰 윤곽이며 시대정신이다. 위정자는 시대상황을 빨리 읽어야 한다. 한마디로, 노무현정부가 ‘결혼해야 할 신부’로 공들여온 김정일 정권이 불법 ‘범죄집단’으로 낙인찍히면서, 범죄자와의 화해·협력 정책은 더 이상 명분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지난 3년 노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와 자주의 화려한 슬로건에 비해 실제 성과는 별무에 가깝다. 북의 핵무장과 인권 상황의 방치는 정책의 비효율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덧붙여 김정일 정권의 범죄행위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일련의 ‘남북연합-연방제’ 로드맵까지 모색해온 노정부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핵·인권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톤의 식량과 비료를 아무 조건없이 북한에 주는 노정권의 마비된 도덕성에 국내외의 불만과 압박이 점증하고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이제 명분과 실제, 세계 평화와 국가이익 모두의 차원에서 실효성과 도덕성을 함께 갖춘, 원칙있는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북한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겠다”든지 “6자회담에 영향을 줄까봐” 등의 구실로 감싸고 도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남북대화는 북한이 ‘진의(眞意)협상’에 임할 때,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제규범 차원에서 용인될 수 없는 핵·인권유린·범죄행위를 중단할 때 가능하다. 대북 지원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와 연계하여 시행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이 이 모두를 거부하는 현 상황에서 한미 공조에 입각한 ‘대북 억지’ 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노정부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부분 참여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한국은 ‘자유·인권의 확산’과 중국의 ‘패권’ 저지, 북한의 범죄행위 응징에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공동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열강에 둘러싸여 항상 생존 투쟁을 전개해왔고, 경제 규모 세계 제11위를 자부하는 오늘날도 이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번영의 기저에 한미동맹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 여타 열강과의 선린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국운(國運)이 융성할 수 있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1. 26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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