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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할 권리 제한하는 신문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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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8 |
| 논평할 권리 제한하는 신문법 신문사 고유 관점 부인 경영정보 신고도 부당 정부와 주요 신문사들의 관계가 전에 없이 냉랭하다. 서로가 생각하는 언론에 대한 패러다임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신문사들은 미국에서 발전한 자유언론의 이상을 믿고 좇는다. 그들은 신문 언론인들이 중립적인 뉴스 가치에 따라 객관적인 보도기사를 쓸 수 있고 자신의 의견으로 자유롭게 논평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부는 주요 신문사들이 대중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음을 못마땅해하는 듯하다. 그래서 정부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위치하는 공공 소유의 비영리적인 공익형 언론매체를 지원함으로써 주요 신문사들의 여론 독점을 막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와 주요 신문들이 글에는 글로 대결하면서 국민적 합의로 서로 다른 언론 패러다임을 조정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야합하여 위헌(違憲)의 가능성도 높고 국민 여론도 분분한 상태에서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등 신문관계법들을 졸속 통과시킨 것이 금년 벽두였다. 그러나 이들 신문관계법들은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로막고 국민의 언론기본권을 크게 억압한 악법(惡法)이다. 이 법들의 부당성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언론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그 내용에 대한 간섭이나 규제를 배제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신문법은 신문의 내용을 규제하려고 한다. 신문 내용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명령하고 있는 조항은 벌칙이 없는 선언적 규정이기는 하지만 개인이나 신문사가 가진 생각이나 의식의 다양성을 부인하고 있다. 신문이 특정 관점에서 보도하는 것과 주요 쟁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은 자유다.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례는 이를 금지하게 할 근거가 될 수 있는 법 조문의 위헌성을 이미 오래 전에 지적한 바 있다. 이 판례는 언론 자유의 보편성을 천명한 것이지 미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둘째, 신문발전위원회가 세무관서 등을 통한 파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발행부수와 수입 내용 등 신문사의 경영정보를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기업의 경쟁적 지위를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의 공개를 금하고 있는 선진국의 정보공개 법규(法規)와 판례(判例)에 비추어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신문의 경영정보 공개는 전통적 사기업인 신문사의 상업적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신문은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방송과 달리 사적(私的) 자본이 생산한 종이와 잉크를 주재료로 하여 신문지에 인쇄된 콘텐츠를 판매한다. 신문사는 물적 자본을 투자한 사람과 신문제작 능력이라는 정신적 자본을 투자한 사람이 힘을 합쳐 더 고품질의 정보와 오락, 지식과 의견 등의 의식(意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는 기업체들이다. 셋째, 언론피해구제법에 따라 신문사 내에 설치하게 된 고충처리인은 스웨덴에서 제3자 기구로 태동한 옴부즈맨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문사 내에 옴부즈맨을 둘 것인지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각 회사가 판단할 문제다. 고충처리인에게 사내 언론인 조사 및 시정권고 등을 하게 하는 것은 각 신문사의 자율적인 편집권 행사를 제약할 수 있다. 이는 전문적 직업윤리에 관하여 동료 언론인의 판정에만 승복할 것을 요구한 세계기자협회(IFJ)의 언론인 행동 원칙 선언과 위배되며, 결국은 언론인의 직업적 고결성을 해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민 각자가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위축시킬 수 있고 언론인의 직업윤리 성숙을 저해할 수 있는 신문관계법들의 위헌적 내용들은 하루 빨리 바로잡혀야 한다. 유일상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5. 12. 2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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