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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회 '권고안' 이해할 수 없다
2005-12-20
인권위원회 '권고안' 이해할 수 없다 19일자 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안’을 곧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그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하여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시간과 방법의 규제 폐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참여 확대, 노동쟁의 행위의 직권중재 제도 폐지 등 주로 개인의 인권 신장을 위한 것이다. 국가의 안위나 경제 성장을 위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인권위원회가 분명히 대한민국의 국가인권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국가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인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유엔의 인권권고안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국가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생활을 하고 있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는 필연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제약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위한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고, 정치권도 개정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언론 출판과 집회의 자유 신장을 위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마치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안전 보장의 침해 등 기타 개인의 권리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듯하다. 그리고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참여 확대는, 국가와 정권을 구분하여 유한한 정권으로부터 국가의 영속성을 보장하자는 게 자유민주정치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물자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퇴화하고 있는 강경 노동쟁의는 무엇 때문에 활성화하려는 것이며, 양심적 병역 거부의 인정은 아직도 휴전중인 국가에 대한 개인의 의무(책임)를 면제하는 것으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국가나 법률은 단순히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피를 흘려서라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약속이다. 지구촌 보편의 논리임을 내세워 한 국가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논리 등은 일개 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미국처럼 민족 없는 국가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그 국민을 보호하고 번영을 추구할 수 있지만, 지난 2000년 동안의 이스라엘 민족이나 오늘의 팔레스타인 민족처럼 국가 없는 민족은 세계적인 고아로서 갖은 학대와 멸시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또 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오늘의 남북 교류 실현도 알고 보면 남한의 압도적인 경제적 우위에 힘입은 결과다. 오늘의 세계는 경제적인 부(富)와 확고한 국가정체성 없이는 노예적인 천민의 서러움을 호소할 데조차 없다. 필리핀의 많은 딸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식모살이로 연명하고 있고,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의 아들딸들은 중국 등지에서 노예 취급을 받는 것도 국가지도자들의 잘못된 노선 선택 결과다.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국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즉, 지금 누리고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은 국가와 공동체의 보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1970년대의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민족은 하나’라는 논리에 매몰되면 통일은 고사하고 대한민국 자체를 잃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의 자유와 권리는 ‘섣부른 민족통일’로 신장되는 게 아니라, 전쟁을 각오하면서까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킨다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보호하고 신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장석권 (단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2. 20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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