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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최악 시나리오 우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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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4 |
| 사학법 최악 시나리오 우려한다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때문에 요즘 사립학교 재단들이 술렁이고 있다. 사립학교를 사립학교답게 운영할 수 없고, 종단 학교를 교리에 맞게 가르칠 수 없음이 마치 시대를 잘못 타고난 홍길동의 심정을 떠올리게 한다. 씨를 뿌린 자가 곡식을 거둘 수 있고 설립한 취지대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어야 우리가 수호하는 민주주의 제도요 자본주의 경제체제이거늘, 심지도 않고 설립 주체와 무관한 사람들이 국가가 만들어낸 법에 의해 남의 밭에 들어가 농사법에 관한 시시비비를 가리고 사학재단의 학사운영을 견제하게 된다니, 이 땅의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사재 1000억원을 들여 사학을 설립, 육성해온 어느 설립자가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사학을 설립한 것을 후회한다”는 뼈아픈 탄식을 토로했다고 한다. 피눈물 나는 이야기다. 결코 사학을 두둔하고 개정 사학법의 내용을 폄훼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학의 설립자는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세워도 주인 행세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사학에 돈 한 푼 출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상한 논리를 펴서 주인 행세를 하려는 풍토가 만연한다면 장차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그리고 그런 논리와 제도 속에 교육을 받게 될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장래는 또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논리만 옳으면 그 논리의 잣대로 아무에게나 비리를 바로잡겠다고 덤벼들어도 된다는 말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개정되는 사학법에 관해 너무도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법 개정을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은 신선해 보이는 수박의 초록색 껍질이지만, 이를 반대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수박의 빨간 속살의 정체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긴 해도 사학법 개정의 논리는 참으로 환상적이다. 논리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하나도 틀린 것 없이 구구절절이 당연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니 열린우리당 의장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대표에게 TV토론을 제안하고 나설 만도 하다. “부패한 사학의 비리를 막기 위한 법이라는데 왜들 결사반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반응이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탄력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보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 뭔가 냄새나는 부분이 있으니 순교할 각오로 지켜내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오해를 살 만도 하다. 사실 국민 대다수의 기대처럼 합리적이고 의로운 사람들이 개방형 이사로 추천만 되어 준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우리 교육계를 바로잡겠다고 참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몰염치한 학교재단과 교장·교감들을 상대로 투쟁하던 집단이 그 동안 행해온 행동양식과 교육현장에 끼친 역기능적 병폐를 생각해 보라. 지금 사학법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어 전국 모든 사학법인들에 2~4명의 개방형 이사가 선임되고 활동에 들어갈 경우 3000에서 4000여명의 개방형 이사가 포진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사립학교를 정화한다는 취지와 명분을 내걸고 ‘전국개방형이사협의회(전개협)’의 형태로 연대를 만들어 특정 이념집단, 더 나아가 정치집단과 연결된다면 앞으로 사립학교법이 초래할 그 위력은 가히 핵폭탄 감이 될 것이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간의 공세와 방어 논리는 현재로선 가상적 기대와 우려의 수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적중한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제발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성삼 (건국대사대부고 교장) 출처 - 문화일보 2005. 12. 14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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