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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성 부동산대책 안 통한다
2005-12-09
협박성 부동산대책 안 통한다 8·3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는커녕 최근 다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자 정부 여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시장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논의가 끝난 민영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춰본들 아파트 가격은 시장원리에 따라 곧 주변 시세와 같아지게 마련이다. 결국 시세와 분양원가와의 차익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인데 이 경우 최초 분양자가 가져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건설업체는 아파트 건설을 기피하게 되고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게 되니 시장원리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서민층에 분양되는 공영주택의 경우 원가연동제든 분양원가 공개든 분양가를 내려 최초 분양자가 그 차익을 가져가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부문이 계속 낮은 가격으로 공영주택의 공급을 확대할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정부 재원의 확보와 표준건축비로 인한 아파트의 질 저하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민영주택의 경우는 정부가 공급을 통제할 수 없기에 사정이 다르다. 8·31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들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먼저, 정부 여당이 너무 조급하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와 공급 측면의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그 모두를 제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를 약화시키는 부동산 세제의 강화로 가격 안정이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 강남지역에 얼마 동안 급매물이 나오고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내려갔지만 일반 아파트의 경우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전세값만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 여당은 정치적 목적으로 단기간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올바른’ 정책을 내고 중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시장은 정부의 조급증에 결코 동조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원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 같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면 소용이 없다. 참여정부는 서민 빈곤층을 위한다면서 경제를 망가뜨려 서민 빈곤층의 삶을 더 어렵게 한 전과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집값을 안정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8·31대책의 문제점은 강남 부자들을 때려잡겠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의도로 출발한 것과 그러다 보니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지나치게 빨리 많이 올린 데 있다. 이래서는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교육 문제 등으로 수요 요인이 강한 강남지역의 경우 기존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초과수요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교육평준화 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강남 집값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 여당은 과도한 주택보유 부담을 높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기존 물량이 원활하게 공급되게 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추고 양도소득세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 등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동시에 신규 공급을 확대하고 교육제도를 개선하여 강남지역의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수많은 이기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시장은 결코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 오로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민영 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와 같은 비시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2. 9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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