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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법 소급적용은 법치 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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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9 |
| 금산법 소급적용은 법치 위배 국회는 현재 금융회사가 취득,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중 5% 한도를 초과하는 지분의 매각을 강제하기 위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법률 개정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정치권의 이해관계 역시 민감한 사안이다. 이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발의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끝없는 논쟁과 우여곡절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겨우 어정쩡한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금융회사가 보유하는 초과지분에 대한 금산법의 소급 적용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재정경제부의 입장과는 달리, 열린우리당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중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쳐 처분토록 했다. 반면에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한도 초과 지분은 의결권만 제한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초과 보유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한 이같이 상이한 처리 방안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참여정부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툭하면 공익을 내세워서 사유재산권을 경시하고 소급입법을 적용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및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운 법률 개정을 통해서 이전부터 이미 소유하고 있던 주식에 대한 매각을 소급 적용하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높은,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하겠다. 금융회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기업집단의 지배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금산법이 아니더라도 현행 제도로 충분하다. 현재도 금융업법, 보험업법 등은 금융기관이 고객 자금으로 재벌의 지배력 확대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경우 계열회사의 주식 취득은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 자산의 3% 중 적은 금액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보험사의 경우 소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금산법을 개정하고 이를 소급적용 하는 것은 중복 규제 및 원천 봉쇄를 위한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익만 내세우면 사유재산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듯한 이런 체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특히 오늘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이 높은 상황에서 주식의 강제매각이 경영권을 불안하게 하고, 급기야 국내 우량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매각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는 그럴 듯한 근거도 없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는 없을 것이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포위공격할 태세를 갖추는 등 국제경쟁 환경이 불안한 마당에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의 경영권은 보호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국제경쟁에서 위태롭게 만들고 외국자본에 넘겨주는 것이 오히려 공익을 위해 이롭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입장인가. 대기업에 대한 혐오감이 이 정도에 이른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기업 때리기’만 능사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와 이에 영합하는 정치권도 문제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 투자는 위축될 대로 위축되고 경기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책임 있는 정부로서 경제 회생을 위해서 올인하겠다면 기업 투자를 촉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경영환경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부의 이러한 기본적인 책무가 왜 이해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에서 각국 정부는 다투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오직 우리나라만 동떨어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금산법 개정안 및 이의 소급 적용은 우리 사회의 시장경제체제와 법치주의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도라고 본다. 따라서 금산법 개정을 통한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11. 2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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