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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자율은 이뤄질 수 없는 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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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3 |
| 대학자율은 이뤄질 수 없는 꿈인가 오늘 실시된 2007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도 문제은행 식이 아니라 출제위원을 일정 기간 감금한 방식에 따른 출제였다. 수능의 난이도와 변별력이 문제가 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한 곳이 한국이다. 현재의 감금 방식으로 출제를 하는 한 수능시험의 난이도와 변별력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고등교육 선진국인 미국의 대학수학 능력시험은 정부 기관이 아닌 2개의 민간기구(ETS와 ACT)가 문제은행 식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며,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미국 주립대학의 경우는 형평성 차원에서 해당 주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해야 하고, 수월성 차원에서 일정 성적 이상 학생을 선발하는 조건이 있다. 다른 주 출신이나 외국 출신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외는 모든 것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며, 사립대학은 완전 자율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법인화된 옛 국립대학은 정부가 주관하는 대학입시센터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 필수이지만, 사립대학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본고사를 보든 안보든 자유이다. 한국 정부는 대학 본고사 준비 때문에 학부모들의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대학의 본고사 금지를 법령으로 정하여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유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내신 준비, 수능 준비, 각종 경시대회 준비, 특기적성 준비, 논술 준비, 거기에다가 면접구술 준비 등 본고사 폐지로 인한 각양각색의 신종 사교육비를 추가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교육 따로, 시험 따로’의 현행 방식도 사교육을 비대하게 만들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개별교과로 수업하고 수능은 통합교과로 시험을 보니, 현행 제도는 학생들을 통합교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과외로 내몰고 있다. 일부 대학이 요구하는 논술과 구술시험 준비도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나 과외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사교육비 부담 요인이 정부 통제에 의한 타율적인 입시제도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학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자기모순이다. 정부는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에 대해서도 국고 지원을 이유로 통제를 하고 있다. 차라리 국고 지원이 필요 없는 자립형 사립대학들이 나와야 외국의 사립대학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사립대학이라도 자율권을 부여하여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민주 국가에서 대학은 그 대학이 고유하게 가진 설립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할 권리가 있고, 아울러 그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할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의 교육과정 편성권과 학생 선발권을 정부가 침해해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음은 물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 퇴색된다. 물론 자율권 부여에 따른 대학의 책무성은 투명하게 확보돼야 한다. 정부가 자율권을 보장하면 대학은 자율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비민주적인 역대 정권에 의해 오랫동안 타율에 길든 대학들이 아직도 자율권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정부가 자율적으로 하라고 해도 눈치만 살핀다면 한국은 교육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며, 이는 오로지 대학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자기 대학에서 교육시킬 학생을 자기 대학 역량으로 선발하지 못하는 대학에 무엇을 믿고 2세 교육을 맡길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정부가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타율적인 대학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학의 발전은 물론 나라의 교육 선진화는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이 대학교육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대학이 창조적으로 변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23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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